남북 교류ㆍ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금강산 관광이 1998년 사업 개시 12년 만에 전면 중단 위기를 맞게 됐다. 23일 정부와 민간업체가 소유한 모든 부동산에 대해 각각 몰수 및 동결 조치를 내린 북한의 행동은 사실상 관광 종료를 선언한 셈이다. 특히 천안함 침몰 사고로 남북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남북관계도 당분간 파행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사실 북한 당국의 이날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북측은 지난달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담화를 통해 부동산 동결, 계약 파기, 자산 몰수 등 금강산관광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정부가 운영하는 이산가족면회소 등 부동산 5곳의 동결을 집행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했다.
조치의 형식만 놓고 보면 기존 동결 대상은 몰수하고, 민간기업 부동산은 동결함으로써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부동산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사업 자체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북측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위협을 단계적으로 고조시키면서도 언제나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정부 소유 자산을 동결한 1단계 조치 때도 순수 민간업체 부동산을 제외해 우리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 때문에 이날 전격적인 부동산 몰수 및 동결 조치는 더 이상 남북 당국간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담화의 내용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담화는 천안함 사고와 태양절 불꽃놀이 등과 관련 북한을 비판한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강력 대처" 발언 등을 관광 중단의 배경으로 거론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 군부의 금강산관광 실태 조사가 이날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북측이 굳이 초강경 조치를 서두른 것은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김일성 주석을 우리 정부가 겨냥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동산 몰수 파장이 금강산 관광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북측은 이미 국방위원회 등 군부가 직접 나서 19,20일 개성공단 현황을 조사했다. 북측은 앞서 10일에도 개성공단 육로 통행에 대한 군사적 보장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추가적 압박 카드로 통행 차단을 비롯한 개성공단 관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향후 남북관계도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최소한 천안함 침몰 사고의 북측 개입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남북이 '강 대 강' 으로 대치하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정상회담이나 민간단체들의 협력 사업 논의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도 잃을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와 같은 대외 여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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