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계에 만연한 짬짜미(담합)에 대해 조사한 진상 공동조사위원회가 관련자에 중징계를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대한빙상경기연맹이 공동으로 구성한 조사위는 23일 “관련자 증언과 비디오 분석에 의해 지난해 대표선발전을 조사한 결과 담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전재목(37) 남자대표팀 코치에 대해 영구 제명을, 김기훈(43) 대표팀 감독에 대해 3년간 연맹 활동 제한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짬짜미의 직접 당사자인 이정수(단국대)와 곽윤기(이상 21ㆍ연세대)에 대해서는 1년 이상 자격 정지 조치를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불가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2관왕 이정수의 개인전 불참을 놓고 강압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면서 시작된 쇼트트랙 파문은 지난해 4월 있었던 대표선발전에서의 짬짜미 의혹이 일면서 확산 일로에 접어들었다. 당시 탈락 위기였던 이정수가 전 코치에게 담합을 부탁했고, 이에 곽윤기가 이정수를 도와주는 대신 이정수가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출전 양보를 약속했다는 것. 이를 놓고 전 코치-곽윤기와 이정수간 주장이 엇갈리면서 각기 기자회견을 여는 등 파문은 진실 공방으로 흘렀다. 이 과정에서 전 코치가 짬짜미를 시인했고, 짬짜미를 작전의 일부로 여기는 쇼트트랙계의 전반적인 인식이 일반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조사위는 “전 코치가 담합을 주도하고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이정수의 불참을 강요한 정황이 명백하다. 전 코치가 담합 과정에서의 약속을 빌미로 이정수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또 지난해 한 차례만 실시했던 대표선발전을 선발전 2주 후 2회 이상 별도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도개선안으로 내놓았다.
11일간 머리를 맞댄 조사위가 이날 징계와 함께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일 뿐이다. 더욱이 연맹 집행부의 입김 여부에 대해서는 “자료 부재와 조사권의 한계로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발견하기 힘들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쳐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또 징계 권고 대상자들의 경우 향후 어떤 식으로든 반발이 예상돼 쇼트트랙 파문은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연맹은 “조사위의 결과와 건의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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