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하면 떠오르는 빛깔. 뭐니뭐니 해도 흰색이다. 초록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럼 새하얀 배경에 도드라진 초록빛이면 어떨까. 단 한 번의 손길도 조심스러울 만큼 그저 무구한 느낌. 두 빛깔 사이를 다른 색이 새치름하게 끼어들어와도 그 느낌, 쉬 지워지지 않는다. 흰 접시에 담긴 빛깔 고운 허브 요리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 말이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미슐랭'이 봄철 미각을 자극하는 향긋한 허브 프로모션 행사 '폴링 인 허브'를 선보이고 있다. 5월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수십여 가지 허브 요리와 디저트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허브의 왕이라 불리는 바질은 크루아상과 어울려 이탈리아식 샐러드 판자렐라로 분했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자른 크루아상과 과일에 바질 잎을 넣고 올리브오일과 섞었다. 100g 당 15kcal로 열량은 낮지만 향은 강하다. 달콤하고 상쾌한 바질 향은 토마토와 마늘 가지 치즈 올리브오일과도 잘 어울린다.
쌉싸래한 향이 서로 닮은 엔다이브와 크레송(물냉이)은 대게살을 만났다. 마요네즈와 올리고당, 겨자 오렌지주스로 양념한 대게살을 엔다이브에 얹고 맨 꼭대기에 크레송을 살포시 올렸다. 톡 쏘는 맛이 매력인 크레송은 육류 요리나 생선튀김에도 자주 곁들이는 허브다. 언뜻 배추 속대처럼 보이는 엔다이브는 특히 섬유질과 수분이 많다.
고소하고 매운 향이 독특한 루콜라의 잎과 씨는 고대 로마인들이 매우 소중히 여겼다고 전해진다. 진정시킨다 또는 달랜다는 뜻의 옛 스칸디나비아어 딜라(dilla)에서 이름이 유래한 허브 딜은 약 5,000년 전 이집트 문헌에도 언급돼 있단다. 오랜 역사가 닮은 두 허브를 함께 넣은 과일 볶음요리 한 접시는 눈 코 입 모두 즐겁게 한다. 사과와 파인애플을 정사각형으로 자르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서 살짝 볶은 다음 가루 낸 딜을 솔솔 뿌렸다. 식힌 뒤 네모나게 자른 모차렐라 치즈를 섞고 비니거오일에 살짝 묻힌 루콜라를 올렸다.
사과와 박하가 섞인 듯한 향으로 익숙한 애플민트는 유럽에서 육류 요리에 꼭 넣는 허브다. 민트의 시원한 느낌은 후각뿐 아니라 피부의 온도감각도 함께 자극하는 독특한 화학성분 멘톨에서 나온다. 애플민트는 방울토마토와 함께 콩피(오일을 뿌려 서서히 익히는 요리)를 만들면 좋다. 토마토에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뿌리고 오븐에서 6분 정도 익힌 다음 애플민트를 올렸다.
특유의 강한 향이 인상적인 허브 타임은 오랫동안 저장해도 향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방부작용과 항균작용도 한다고 알려져 고대부터 시체 보관용이나 항생제로 쓰기도 했다. 고기 요리 할 때 잡냄새를 없애는데 제격이다. 오븐에 구운 오리고기를 잘게 찢어 춘장을 바른 또띠아에 얹고 채 썬 대파와 오이 타임을 채운 뒤 고깔 모양으로 말았다. 02)2660-9030∼1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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