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피카소 그림을 진품인 줄 알고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그림 소유자도 진품으로 여기고 수억 원을 주고 구입했다가 도둑맞은 것이어서 피해자와 도둑 모두 가짜 그림에 농락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서울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모(55)씨 등 3명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공모(45)씨가 소유한 그림 3점을 피카소 작품으로 여기고 공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훔쳐 달아났다. 이씨는 유명 고서화에 관심이 많은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공씨가 보유한 '양을 안은 남자',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등 3점을 매입가 200억원, 계약금 30억원을 주겠다고 속여 사무실로 불러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대학 교수에게까지 자문을 받아 피카소 진품으로 확신해 절도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림 소유자인 공씨도 2004년 중국에서 머물 때 이 그림을 진품으로 여겨 1점당 100만위안(약 1억 5,000만원)씩을 주고 구입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9일 한국저작권관리 협회를 통해 프랑스 소재 피카소재단에 문의한 결과 '초상화를 그린 화가'는 확인이 불가능하고 나머지 2점은 모두 복제품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이씨 등 2명을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도망친 공범 이모(53)씨를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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