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1월 추정치보다 0.3%포인트 상향조정한 4.2%로 전망하면서 “(전 세계) 정부 부문의 급속한 부채증가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한데다 경기부양 재원마련을 위한 차입도 계속할 수밖에 없어 빚더미에 올라앉을 처지라는 것이다. 재정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의 규모와 증가속도가 최근 몇년새 급증한 우리로선 귀담아들어야할 경고다.
중앙과 지방을 합한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999년 80조원 남짓에서 지난해 360조원에 이르러 연간 이자만도 20조원을 넘게된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또 공기업이 주요 국책사업을 떠맡으면서 부채가 1년새 20% 이상 늘어 213조원을 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여서 그것 자체로는 문제삼기 어렵다. 최근 무디스도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올리면서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IMF의 경고대상에서 열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말대도 국가부채가 GDP의 30% 중반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그럴 수 있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일단 규모는 논외로 쳐도 10년새 절대액 대비 4.5배, GDP 비율로 2배로 늘어난 속도엔 입이 딱 벌어진다. 지난해 43조원을 넘긴 재정수지 적자는 올해도 30조원을 넘길 만큼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큰 위기는 벗어났다고 하지만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천문학적 재정 수요도 코앞에 닥쳤다.
하지만 IMF의 경고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런 추세와 실상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포퓰리즘 선심정책을 다투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다. 나라 살림을 다루는 두 집단이 만성적인 적자를 걱정하지 않는 풍토가 걱정되고 두렵다.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국가재정법 등 3개 재정건전화 관련 법안이 통과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이런 일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은 보다 엄격한 재정규율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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