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여름 은퇴하는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의 후임자가 갖춰야 할 자격의 일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해리 리드(민주당), 미치 매코넬(공화당) 양당 상원 원내대표 등 상원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여성의 권리를 포함한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해석하는 사람을 원한다”며 “사적인 영역과 신체가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요체이고 이런 점에서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후임 대법관과 관련한 가장 구체적인 언급으로, 여성의 낙태 권리를 함축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후임 대법관은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낙태 여부를 후임 인선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단일 이슈만을 대법관 지명의 판단 근거로 삼았다는 이념적 논란을 피하고, 또 대법관 지명자가 이로 인해 상원 인준과정에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려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11월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여성의 사적 권리를 인정치 않는 사람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후보로는 10여명이 거론된다. 연방항소법원 판사인 앤 윌리엄스, 다이앤 우드, 머릭 갈랜드, 시드시 토머스와 엘리나 케이건 법무부 송부담당 차관, 마사 미노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 리 워드 시어스 조지아주 대법원장,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제니퍼 그랜홈 미시건 주지사 등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보군 명단이 전달됐으며 두세명의 후보와 비공식적으로 면담이 이미 이뤄졌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주 내로 인선을 마치겠다”고 밝혀 다음달 중 후임 지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