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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현장 가보니/ "일단 파내고 보자"… 준설토 임시 야적장서 먼지만 '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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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현장 가보니/ "일단 파내고 보자"… 준설토 임시 야적장서 먼지만 '풀풀'

입력
2010.04.2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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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의 낙동강 공사 현장은 4대강살리기사업 공사 구간 중 준설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4대강사업 전체 준설량의 15%나 되는 8,200만㎥의 준설토가 나올 예정이다. 15톤 덤프트럭으로 820만대 분량에 달해 경부고속도로에 트럭을 154줄로 죽 세워야 할 정도다.

22일 이 구간에 속해 있는 포스코건설의 구미보 건설 현장에서도 준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스코건설은 상주보와 낙단보 등 인근 건설 현장과는 달리 수중 골재 채취를 위해 강과 바다의 모래를 전문으로 채취하는 2,500마력짜리 준설선을 띄웠다. 공사 관계자들은 강과 강변에서 준설선을 통해 퍼 올려진 모래를 낙동강 제방 부근의 논 9,000여㎡에 조성된 임시야적장과 침사지에 계속 쏟아 붙고 있었다.

이렇게 쌓여진 준설토는 농지리모델링을 위해 반출토록 돼 있다. 리모델링은 준설토로 저지대 농경지를 하천보다 높여 침수를 예방하고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해평ㆍ강정ㆍ낙산ㆍ가산지구 등 이 지역 16개 리모델링 지구 중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준설토 야적 및 반출이 합법적인 임시야적장은 선산읍 독동리 생독지구와 낙산지구 등 2곳뿐이었다. 전형적인 속도전의 부작용이다.

더 큰 문제는 39㎞에 이르는 이 지역 공사 구간에서 파낸 준설토가 임시야적장마다 10m 높이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찾은 포스코건설 현장도 야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위험하게 고봉(高峯)으로 모래 산을 쌓아 놓고 있었다. 회사 측은 최근 준설토를 국도25호선 건너편 지구로 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관련 당국 등에 건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렇게 준설토가 쌓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리모델링의 청사진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준설토 수요가 편법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1군건설업체의 공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경북도 4대강추진본부 등은 “다음 달에야 설계도가 제대로 나올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준설토는 임시야적장에 계속 둬야 할 형편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설 작업이 시작돼 준설토 처리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더 심각한 것은 준설 사업장마다 골재를 무분별하게 채취, 향후 골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바람이 불 때마다 임시야적장에서 황사 바람이 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주민뿐 아니라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 업체들도 임시야적장 황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속도전은 리모델링 대상 토지 소유자와 경작자 간 보상 갈등도 키우고 있다. 당국의 보상 기준을 보면 ‘소유자와 경작자가 같을 경우에는 660㎡ 당 올해와 내년 2년치 232만원의 보상액을 지급하고, 다를 경우 실경작자 위주로 보상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실경작자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기 이를 데 없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기준 때문에 농심까지 흉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십 년간 농사를 짓지 않고 땅을 빌려줬던 소유자들이 대거 직접 농사짓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는 모른 척하고 있다. 동네 이웃 간인 소유주와 경작자들은 대부분 농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경우처럼 느닷없이 소유주가 땅을 달라면 경작자로서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농어촌공사 측은 “임대농이 마을 이장과 소유주로부터 실경작사실확인서를 받아오면 보상받을 수 있다”면서도 땅 소유주가 이를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양자 간 합의만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실경작자에게 보상할 경우 소유자가 ‘리모델링하지 않겠다’고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양자 간 합의를 최우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글ㆍ사진 김용태 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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