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천안함 침몰 사고의 북한 개입설에 이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암살조 검거, 북측의 금강산 부동산 동결조치와 개성공단 사업 재검토 방침 등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키는 악재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군부가 대남문제에 적극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21일 "국방위원회 정책국에서 금강산지구 부동산 조사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22일 금강산지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현대아산측에 통보했다. 지난달 25~31일 금강산 안에 있는 남측 부동산을 점검한 북측 실무진들의 조사 결과가 타당한 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북한 관계 당국보다 강경파인 군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금강산 지구의 민간업체 부동산에 대한 동결이나 계약 파기 등의 조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은 13일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 문화회관 등 시설물 5곳의 출입을 통제한 바 있다. 실제 이번 국방위 조사 대상에는 동결되지 않은 남측 부동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 조사단은 앞서 19~20일에도 개성공단의 기반시설과 입주 기업 일부를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조사단은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현지 시설물들이 대북 정탐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군부가 앞으로 대남 문제의 상당부분을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향후 대남정책이 강경모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대남 유화 기조를 이어왔지만, 기대만큼 남측의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당국이 직접 나서 남북관계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침묵을 유지하다 북한 개입설이 불거지자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이명박 역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남측을 비방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북한 움직임이 아직은 대남 압박용 제스처인지, 실제 군부 입김이 대남관계에 강하게 미치기 시작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써오던 대남 유화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다른 방법을 쓰려고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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