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에서 올해 분양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제로(0)'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다.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서조차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곳이 잇따르고 있어,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연장한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조치도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결제원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분양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 29곳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0.05대1을 기록했다. 100가구 분양에 겨우 5명이 청약을 한다는 얘기다.
지방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08년까지만 해도 0.43대1을 기록하며 분양 가구 수의 절반 가까이는 채웠다. 그러나 지난해에 평균 청약경쟁률이 0.38대1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0.05대1까지 떨어진 것.
실제 청약률이 완전 제로를 기록한 단지도 잇따랐다. 한 대형 건설사가 대구 상인동에서 분양한 594가구짜리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 85㎡ 이하로 90% 이상이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시장 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앞서 이 건설사가 울산 전하동에 공급한 242가구짜리 아파트도 청약률 제로를 기록했고,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125가구)도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로 봐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어떤 대책도 약효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평균 청약 경쟁률도 하락추세다. 서울은 올 들어 평균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2.78대1)보다 낮아진 2.12대1을 기록했다. 경기지역도 지난해 2.72대1에서 올해 2.69대1로 소폭 하락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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