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스폰서 망령의 검은 그림자가 다시 내습했다. 경남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의 폭로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57명의 전ㆍ현직 검사가 금품과 향응, 2차 접대를 받는 등 최소 100여 명의 검사가 건설업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게 된다. 정씨의 식사 대접을 받은 검사까지 합하면 300여 명에 이른다니 검찰이 뒤집어질 판이다.
검찰의 스폰서 문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문제로 낙마했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은 검사장이 검찰을 떠났다. 90년대 후반에는 의정부ㆍ대전 법조비리에 검사들이 대거 연루돼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다.
스폰서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검사를 노리기 마련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돈이나 향응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수사 현장에서 매일 보고 아는 검사들이 정작 스폰서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자신과 주변 관리에 엄격하지 못한 탓이 크다. 건설업자가 건네주는 돈을 받아 쓰고, 룸살롱은 물론 심지어 2차 접대까지 받으면서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을 외치며 법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이율배반이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대검이 어제 검찰 외부 인사가 3분의 2 이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검장을 단장으로 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은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과 조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조사결과는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그 결과는 검찰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번 기회를 전체 검사가 스폰서 문화와 단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10년도 더 된 사건이라는 식의 안일한 자세는 검찰을 만신창이로 만들 뿐이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내는 아픔을 각오해야 한다. 검찰이 스폰서 망령을 떨쳐내지 못하면 국민은 단 한 건의 검찰 수사결과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묵묵히 본분을 지키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검사들에게도 오욕의 굴레가 씌워질 것이다. 이런 사태가 결코 초래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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