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날씨가 불순했던 올해는 은현리 마당으로 하얀 민들레가 늦게 찾아왔다. 꽃이 보이지 않아 전전긍긍했는데 화사한 아침햇살에 저요! 저요! 손들고 나온다. 헤아려보니 여기저기 스무 송이가 넘는다. 은현리 윗마을에 살 때는 꽃을 심어 키우다보니 민들레에 눈이 가지 않았는데 아랫마을에 내려와 살면서는 스스로 피는 하얀 민들레가 가장 귀한 꽃 친구가 됐다.
토종인 하얀 민들레는 귀화종인 샛노란 민들레와 달리 오직 하얀 민들레와만 가족을 이룬다. 그것이 하얀 민들레가 귀하고 노란 민들레는 흔한 이유다. 하얀 민들레는 이런 특성으로 '일편단심'이란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몇 송이의 하얀 민들레를 보며 애지중지 지켰다. 귀하다고, 약이 된다고 뽑아버리면 다시 구경하기 힘든 것이 하얀 민들레다. 그 때문일까, 올해는 제법 식구를 거느리고 찾아와 반갑고 고맙다.
잠시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꽃이기에 오랫동안 들지 않았던 카메라를 꺼내 하얀 민들레의 증명사진을 찍어 주었다. 한곳에는 일곱 송이의 민들레가 피어 '하얀 북두칠성 가족'이라 이름 불러 주었다. 하얀 민들레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피까지 하얗게 맑아지는 그 깨끗한 기분, 아직 한 번도 하얀 민들레를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모를 것이다.
꽃말이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라는 것까지.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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