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한약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약이 간에 해롭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하고, 의사가 한약을 먹지 말라고 권해서라고 한다. 심지어 병원에서 발행한 책자에도 한약을 먹지 말라는 문구가 있기도 하다. 정말 한약을 먹으면 간에도 해롭고 먹으면 안 되는 독약일까?
하지만 입원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한약을 장기간(2주~5개월) 먹인 뒤 간기능 검사(AST, ALT, ALP, r-GTP)와 콩팥기능 검사(크레아티닌, BUN)를 한 결과, 간과 콩팥 기능이 좋아졌다. 이처럼 한약을 먹인 뒤 간 기능이 유지되거나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일반인은 이런 연구결과들을 알지 못하고 막연히 한약이 간이나 콩팥에 좋지 않다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한약은 오히려 간염이나 지방간, 알코올성 간질환 등을 치료한다. 간에 작용하는 한약은 바이러스 증식 억제나 사멸, 간의 항산화 기능 향상, 알코올에 대한 간세포 보호 등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한약이 간이나 콩팥에 좋지 않다는 오해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 그것은 '한약'이라는 이름이 너무 광범위하게 남발된 데 따른 것이다. 각종 건강식품, 개소주, 사슴농장, 불법 약장수 등 의약품이 아닌데도 의약품인 것처럼 효과를 과장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집단이 너무나 많았다. 최근 고령층을 대상으로 공짜관광을 미끼로 한 건강식품 판매가 좋은 예다.
이들이 파는 것은 '한약'이 아니라 '건강식품'에 불과하다. 자칫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놓은 이런 건강식품을 한약으로 오인하고 먹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한 일반인 스스로 약초를 달여 먹으면 그것이 곧 한약이고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일이 쌓이다 보니 한약을 불신하고, 한약은 간이나 콩팥에 좋지 않다고 오해하게 됐다.
그러면 진짜 한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약은 한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통해 의약품용 한약재로 조제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한 약재나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한약을 모두 같은 한약재로 오해하고 있다.
의약품용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안전기준에 따라 한약제조(제약)회사에서 중금속과 농약 잔류물 검사를 거친 안전한 규격품으로,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의약품 적용을 받으므로 검사항목이나 기준치 등이 일반 식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따라서 한의사 처방으로 복용한 의약품 한약은 중금속, 농약 등 잔류물질로 인한 해가 거의 없다.
만일 한약을 먹다 소변이 노랗게 나오거나 소화장애, 피부소양증 등의 증상이 두 가지 이상 생긴다면 담당 한의사에게 알려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 과음과 좋지 않은 음식물 섭취,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은 간 손상을 유발하므로 되도록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송호철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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