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동(浦東)의 엑스포 국가관 지역. 희뿌연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궁궐 모양의 붉은색 대형 건축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40m 높이에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역삼각형 모양의 ‘동방의 관’(東方之冠)이라 이름 붙은 이 전시관은 개막(5월1일)을 열흘 앞둔 2010 상하이엑스포의 중국 국가관이다.
상하이엑스포 한국관 관계자는 “다른 국가관은 높이를 20m로 제한하면서도 중국 국가관은 2배 높이로 올렸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미국에 견줄 양강(G2)의 가능성을 확인한 중국이 이번 엑스포를 통해 ‘중국 주도의 세상을 열겠다’(中華世紀)는 숨은 뜻을 담은 상징”이라고 말했다. 황푸(黃浦)강을 따라 위치한 42개 국가관 중 한 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중국관에 비하면 나머지 국가관은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참가국 192개(50개 국제기구 포함), 관람객 7,000만명, 여의도의 3분의 2(5.28㎢) 면적 등 10월 31일까지 총 184일 동안 이어지는 이번 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람회기구(BIE) 등록 엑스포 중 최대 규모이다. 조직위는 부가가치 최대 1조위안(170조원), 상하이 국내총생산(GDP) 5%, 중국 전체 GDP 2∼3%포인트 상승이란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6년 동안 총 300억 위안(5조원)을 들여 엑스포 주변에 110km에 달하는 39개 도로를 새로 놓고, 수로터널을 17개로, 지하철 노선은 2002년 3개에서 12개로 늘렸다.
조직위는 이날 최종 점검을 위한 시험 가동을 위해 엑스포 행사장 일부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관람객 수만명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푸동과 푸시에 마련된 행사장을 둘러보면 각 나라의 문화와 기술력을 체험했다. 12개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만든 한국기업연합관도 이 날 첫 선을 보였다.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양정(楊婷ㆍ23)씨는 “중국관은 역사 등 민족적 특성을 강조했다면 이 곳은 터치 스크린 등 현대적 기술이 돋보였다”며 “행사장 가운데 우뚝 선 나선형 모양의 스크린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행사장 바깥 도심 곳곳에는 엑스포 주제 ‘아름다운 도시, 행복한 생활’(城市, 生活更美好)을 적은 광고판과 ‘바다의 보물’이라는 뜻의 대형 마스코트 ‘하이바오’(海寶)가 행사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질서를 지키자’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국내 한 대기업 상하이 주재원은 “몇 달 전부터 시내 어디서나 공안이 깔려 있고 공항, 지하철 역에서는 짐과 몸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하이 사람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 보단 오히려 들 뜬 분위기”라고 밝혔다. 운전 일을 하는 심주(沈州ㆍ40)씨는 “세계 각국의 국보들이 많이 왔다고 하니 기대된다”며 “발전한 상하이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국경일과 연휴엔 관람객을 50만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하자 벌써부터 해당일의 표엔 2배 가까운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상하이=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