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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혼적 사실혼 여성, 본처 사망 후엔 권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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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혼적 사실혼 여성, 본처 사망 후엔 권리 보호

입력
2010.04.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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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금지된 중혼(重婚)적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던 여성이 동거남의 법률상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로서 법적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A씨는 1979년 육군장교인 B씨를 만나 동거를 시작해 두 아들을 출산했지만, B씨에겐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아내 C씨와 또 다른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중혼 관계로 남편과 함께 살다 C씨가 사망하고 2년 뒤, 남편의 나이가 62세가 되는 98년 4월에야 혼인신고를 해 마침내 정식 부부가 됐다.

10년 뒤 남편이 사망하자 A씨는 유족연금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군인이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는 지급대상에 제외된다'는 군인연금법 규정 및 이들의 결혼 전의 관계를 적법한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B씨가 61세가 되는 97년 10월 이전에 혼인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6개월 늦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C씨가 사망한 후에는 남편과 중혼 관계가 아닌 적법한 사실혼 관계였기 때문에 유족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소송을 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법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C씨가 사망한 96년 12월부터 A-B씨 관계를 '중혼적 사실혼'이 아닌 '정당한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가 아닌 한 (이들의 관계는) 보호받을 수 없고, 우연한 사정에 의해 법적 보호를 달리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C씨가 생전에 B씨와 법률상 혼인관계를 해소하려고 하지 않은 이상, 중혼관계에 따른 권리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반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박병대)는 "A씨에게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혼적 사실혼은 법률혼과 양립할 수 없고 보호받을 수 없지만, C씨가 사망한 후에는 법률혼이 해소돼 A씨와 B씨는 통상적인 사실혼 관계가 됐다"고 보았다.

이어 "A씨가 B씨의 법률상 배우자의 사망 이전부터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혼이 해소된 후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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