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암살'이라는 특명을 받고 남파된 간첩 김모(36)와 동모(36)의 검거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과 동이 국내로 들어온 시점은 올해 1월 말~2월 초. 지난해 11월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으로부터 "황장엽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들은 다음달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옌지(延吉)로 향했다. 북한의 연락책을 만난 다음에는 열차를 타고 태국으로 밀입국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태국 당국에 붙잡혔고, "나는 탈북자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과 동의 신병을 인계받은 국정원은 이들을 경기 시흥시에 있는 탈북자 합동심문센터에서 위장 탈북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과정에서 국정원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됐다. 기존의 대북 관련 정보와는 일치하지 않는 진술을 이들이 자꾸 했던 것이다. 특히 이들 중 1명은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북 정보력에 대해 북한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김과 동은 '위장 탈북한 북한 공작원'이라는 사실이 들통났다. 입국하자마자 검거되는 바람에 애초 목적인 '황장엽 암살'은 시도조차 해 보지도 못하고 덜미를 잡힌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황씨 살해를 위한 실질적인 계획은 수립되지도 않은 상태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1998년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이들은 2004년부터 남파 직전까지 사람을 제압하는 다양한 기술은 물론, 신분 위장법과 연락책 접선방법, 암호해독법 등과 같은 공작원 교육을 빠짐없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간첩 사건이 시기적으로 너무 미묘한 시점에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천안함 사태는 물론, 황씨 살해 지령이 내려졌다는 시점도 지난해 대청해전 직후 북한이 보낸 협박 통지문의 시기(지난해 11월)와 너무 딱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진위를 떠나 매우 공교롭다"는 것이다. 또, 철두철미한 공작원 교육을 받았다는 이들의 위장 탈북 및 자백 과정이 너무 허술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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