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총국 총국장 김영철로부터 '황장엽(사진)을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된 간첩 2명이 구속됐다. 천안함 침몰도 대남공작 전문가인 김영철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북한 소식통들의 분석이 제기된 바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법ㆍ정보 당국은 북한의 황씨 살해지령과 이번 천안함 침몰이 서로 관련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정찰총국 총국장 김영철이 황씨 살해를 지시한 시기는 지난해 11월로 조사됐으며, 이는 역시 김영철이 지난해 대청해전 직후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 "지금 이 시각부터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 시기(11월13일)와 서로 맞물린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 정찰총국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로 잠입한 뒤 황장엽(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려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김모(36), 동모(36) 등 2명을 구속했다. 두 사람은 1998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2004년부터 인민무력부 산하 옛 정찰국 소속으로 공작원 교육을 받은 인민군 소좌(소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정찰총국 총국장으로부터 황씨 살해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해, 한달 뒤 중국 옌지(延吉)를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했다. 이후 태국에서 강제추방 당하는 수법으로 지난 1월말과 2월초에 각각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파된 두 사람은 그러나 국정원의 탈북자 심문과정에서 의심스런 정황이 드러나 추궁을 받자 황씨 살해지시를 받고 남파된 간첩이란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황씨가 자주 다니는 장소나 병원, 만나는 사람 등의 동향을 먼저 파악해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지시 받기로 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들과 접선하려던 국내 고정간첩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북한 정찰총국은 대남 및 해외 공작업무를 해오던 35호실과 작전부, 정찰국이 확대 개편된 기구로서, 개편 이후 간첩을 남파한 사실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북한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5일 초청 강연을 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방문에 나선 황씨에 대해 "결코 무사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 적이 있다. 이 매체는 이날 '산 송장의 역겨운 행각놀음'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황씨가 지난달 미국 강연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한 데 대해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었다"며, 황씨를 '추악한 민족반역자' 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회경 기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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