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엘리트 판사들의 모임으로 사법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아온 민사판례연구회(민판)가 회원명단을 공개했다.
민판은 최근 발간한 제32회 논문집(민사판례연구) 말미에 181명의 회원명단을 기재하고, 신입회원 영입 방식도 추천 방식에서 신청 방식으로 바꿨다고 20일 밝혔다. 지금까지 민판은 매년 발간하던 논문집에서 논문 작성자의 이름만 기재해 왔고, 전체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논문집에 따르면 민판 회원은 현직 법관이 93명(51%)으로 가장 많고, 대학교수는 53명(29%), 변호사는 33명(18%)이다. 현직 가운데는 대법관 3명(민일영, 양창수, 양승태),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목영준, 이공현)이 포함돼 있다. 송상현 국제 형사재판소 소장과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 김황식 감사원장, 김용담 전 대법관 등 전직 대법관들도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이 모임 출신이지만 대법원장에 임명된 뒤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11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18명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지법 부장판사 4명이 탈퇴하면서 총 회원수는 177명으로 줄었다.
민판은 민법의 대가로 꼽혔던 서울대 곽윤직 교수와 제자 10여명이 1977년 만든 모임으로, 판례가 부족했던 시절 일본, 미국 등 외국 판례를 번역해 연구하는 등 법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으로 성적이 우수하고 사법시험에 일찍 합격한 사람 중 매년 5명 정도를 추천방식으로 뽑고, 회원 상당수가 사법부 내 요직에 포진해 있어 엘리트 법관들의 모임이라는 질시와 비판을 받아왔다.
현 회장인 윤진수 서울대 법대 교수도 이런 지적을 감안해 논문집에서 "근래 법학계와 법조계도 격심한 변동을 겪고 있고, 그럴수록 연구회는 순수한 학술 연구단체라는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연구회 운영에도 다소 변화를 꾀했다"고 밝혔다.
또한 "추천에 의한 회원 가입에 대해 가입의 문호가 너무 좁다는 불만이 있어 이제부터는 가입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신청을 받아 소정의 절차를 거쳐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민판의 변화에 대해 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한 부장판사는 "민판의 논문집은 많이 읽혀 누가 소속 회원인지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문제는 회원 공개가 아니라 연구회 운영 방식이나 인사 혜택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라고 밝혔다. 또 다른 판사는 "모집방식을 바꾸더라도 기존 관례가 있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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