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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미스 사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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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미스 사이공'

입력
2010.04.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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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전보다 훨씬 정돈되고 성숙한 모습이다. 실물 캐딜락의 등장, 헬리콥터 3D 영상 강화 등 외피만 변한 것이 아니다. 초연 당시 어색했던 한국 가사는 매끄럽게 탈바꿈했고, 김보경 김선영 등 다시 출연하는 배우들의 음색은 한결 깊어졌다.

'미스 사이공'은 호치민 정부 수립이 임박했던 1975년 베트남이 배경이다.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미군 병사 크리스와 베트남 여인 킴은 서로 사랑을 맹세하지만 미군부대의 철수로 이별을 맞는다. 작품은 두 사람이 재회할 때까지의 과정과 결말의 비극을 가슴 시리게 그린다.

막이 오르면 1975년 사이공. 미군들이 드나드는 한 나이트클럽의 베트남 여성들이 그날 밤 최고의 여성을 가리는 '미스 사이공'에 뽑히려고 관능적 몸짓을 뽐내고 있다. 남녀 앙상블은 꽉 짜인 동선을 흐트러짐 없이 소화해낸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공신들이다.

주연 배우의 연기도 농익었다. 킴과 크리스 역을 다시 맡은 김보경과 마이클 리의 조합은 안정적 느낌을 준다. 킴은 사랑스러운 처녀에서 강한 모성을 지닌 어머니로 변신해야 하는 캐릭터.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는 김보경이 '어머니'에 가깝다면, 신예로 부상한 임혜영은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다만 임혜영은 솔로곡으로 장면을 끌고 가는 부분이 많은 킴 역이 아직은 다소 버거워 보인다.

가장 빛나는 것은 포주 역할의 엔지니어, 김성기다. 4년 전 그는 연습까지 마친 상태에서 뇌출혈 판정을 받아 출연이 무산됐다. 이번 무대는 그의 한풀이에 가깝다. 너른 무대를 홀로 누비면서도 놀라운 흡인력을 자랑하는 연기에 관객은 절로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다.

오페라와 연극으로 만들어진 '나비부인'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1989년 런던에서 초연됐다. 시간적 배경이나 제작연도를 고려할 때 극 전반에 흐르는 정서가 다소 진부하고 촌스러운 느낌은 있다. 그러나 '레미제라블' 등을 작곡한 클로드-미셸 숀버그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변함없이 감미로우며, 2004년 첨단 영상을 사용해서 다시 만든 무대는 지금도 화려하다.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16일~5월 1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5월 14일~9월 12일 공연. 1544-1555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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