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번에 건설할 '해피타운'에 뭔가 더 추가할 만한 재미있는 아이템은 없을까?"
"'해피타운'이 있는 도시에 가서, 건물을 수리해 주는 아이템은 어떠세요? 친구들 사이에 뭔가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더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친구들이 서로 '해피타운'에 있는 휴지통을 대신, 비워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안철수연구소 7층에 마련된 '고슴도치플러스'(이하 고슴도치) 사무실.
이 업체 사내벤처인 고슴도치를 이끌고 있는 송교석(40) 팀장과 팀원인 박현주(38) 과장, 이창명(30) 주임은 알 듯 모를 듯한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번에 내놓을 신작 게임 내용입니다. 나름대로 야심작이거든요." 조용한 목소리로 이 주임의 설명이 전해졌다. 고슴도치가 조만간 선보일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게임(해피타운)과 관련해 이날 가진 보완 아이템 회의 분위기는 진지했지만 생기가 흘렀다.
2006년말 안철수연구소 사내 사업 아이템 공모에 당첨돼 탄생한 고슴도치는 2009년 미국에서 SNS로 운영 중인 페이스북에 추격 게임인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공개, 5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주목 받고 있는 SNS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고슴도치는 이미 4년 전부터 간파한 셈이다. 특히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앱스토어(온라인 장터)에 지난해 10월 농장류 게임으로 등록한 고슴도치의 '해피가든'은 매월 30%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며 유료 콘텐츠 가운데 매출 1위(누적 매출 약 1억원, 4월 기준 현재)를 달리고 있다.
국내 SNS 업계의 대표 벤처로 떠오른 고슴도치의 이런 성장에는 당시, 안철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 창출인데, 벤처가 만들어지고 2년 넘게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사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은 SNS에 대한 미래와 고슴도치의 잠재 성장성을 믿고 끝까지 맡겨 주셨어요." 안철수연구소 경영진이 고슴도치 태동의 산파 역할을 맡았다는 게 박 과장의 설명이었다.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현재도 고슴도치와 틈나는 대로 원격회의와 이메일 등을 통해 향후 비전 및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회사측에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슴도치를 자회사로 분사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같은 회사 신뢰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7개의 SNS 게임을 선보인 고슴도치는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용 신작 게임들을 앞세워 일본과 미국, 중국 등으로 해외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들이 꿈꾸고 있는 세상은 온ㆍ오프라인의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참여와 공유의 세계를 만드는 것.
"고슴도치는 우둔해 보이지만 한우물만 파는 대표적인 동물이잖아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 개척에는 고슴도치 같은 우둔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SNS가 열린 인터넷을 만드는 매개체가 되는 게 우리의 바람입니다. 우둔한 고슴도치플러스가 SNS에 빠져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송 팀장의 얼굴에선 환한 미소가 번졌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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