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 위원은 명단 공개에 대해 "교육 혁신에 필수적인 학부모 참여를 위해 교육 관련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해 명단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개 이후 조 의원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알 권리냐 하는 점이다.
명단 공개는 외형상 전 교원단체를 아우르고 있지만 핵심은 명백히 전교조를 겨냥한 것이다. 우리는 전교조의 여러 활동, 특히 교원평가 거부나 노골적인 정치행위, 왜곡된 통일교육 등을 비판해왔다. 이들 비판은 온전히 교육적 차원에서 사안별로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해 제기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 의원의 명단 공개는 교육적 차원의 판단보다는 정치ㆍ사회적 동기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 점에서 그의 행위는 분명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조 의원 행위의 부당성은 법원판결로도 확인된다. 교사의 특정 노조 가입행위는 학습권이나 교육권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교실 업무 외의 자율적 활동영역에서의 신상정보는 개인정보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그럼에도 조 의원이 상식적 법리에 바탕한 법원의 판단조차 국회의원에 대한 월권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그 법인식의 천박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정활동의 필요상 부분적 면책특권을 부여 받았다 해서 법체계 위에 군림하는 양 하는 것은 중대한 착각이다.
현실적으로도 교육현장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전교조 활동의 부정적 측면을 개개 소속교사의 자질로 동일시 또는 일반화함으로써 일부 교사에 대한 불신, 담임 기피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명단 공개는 결국 개개인의 신념체계에 대한 강압적 기제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그러므로 반발하는 전교조에 대해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 걸 왜 하느냐"는 식의 반론은 온당치 않다. 개인의 신념과 활동을 규율, 억제하는 것은 오직 법률로써만 가능하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기본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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