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날이 정말 기다려져요."
3년 만에 다시 미소를 찾은 경남의 미드필더 윤빛가람(20)이 최근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경남(2위ㆍ5승2무1패) 돌풍의 중심에 있는 윤빛가람은 "요즘만 같으면 정말 축구 할 맛이 난다"고 밝게 웃었다. 본의 아니게 'K리그를 무시하는 당돌한 아이'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그는 아픈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국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윤빛가람은 대표팀의 에이스로 꼽혔다. 하지만 그는 "K리그는 재미없어서 안 봐요. 프리미어리그만 본다"는 폭탄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의 윤빛가람은 당돌한 아이와 거리가 멀었다. 그의 발언에는 악의가 없었다. 언론을 거치면서 파장이 커진 게 문제였다. 이에 대해 그는 "그 때 발언에 대한 후회보다는 어쨌든 그런 식으로 들리게 말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뉘우쳤다.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에 대해선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줬다. 오히려 지금은 좋은 경험으로 여긴다"고 고백했다.
17세 어린 나이에 언론과 팬들에게 뭇매를 맞은 충격 탓인지 윤빛가람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인터뷰 자리가 낯설다. 그는 "오랫동안 인터뷰를 안 해서 그런지 어색한 면이 있다. 자주 하다 보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답했다.
청소년월드컵 이후 윤빛가람의 이름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중앙대에 입학했다는 소식만 들렸을 뿐. 그는 2010년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내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축구 유망주를 되살리는데 탁월한 수완을 가진 조광래 경남 감독이 윤빛가람을 선택한 까닭에 결과에 기대가 모아졌다. 조 감독의 기대대로 윤빛가람은 미드필드진에서 탁월한 재능을 선보이며 이용래와 함께 경남의 든든한 미드필더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7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조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는 움츠려 있었던 윤빛가람에게 큰 힘이 됐다. 윤빛가람은 "입단 이틀 후 감독님과 1대1 면담 시간을 20분간 가졌다. 서서 볼 잡는 습관이 있는데 프로에서는 그러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등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들을 지적해줬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은 조 감독의 지도 아래 수비력과 압박, 활동량 부분이 좋아지면서 수준급 미드필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좋은 시기가 오니까 너무 기분 좋다. 경기 운영능력을 더 키워 완벽하게 K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