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신예 로버트 키프로노 체루이요트(21)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114회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5분52초의 대회신기록을 쏟아내자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런던마라톤에서 세계최고기록(2시간3분59초)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후반 오르막길이 이어져 일명 ‘심장파열언덕’(Heartbreak Hill) 등 난코스로 악명 높은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5분대가 나왔다면 평탄한 코스의 런던마라톤에선 이 보다 훨씬 나은 기록이 나올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체루이요트는 이날 종전 대회기록(2시간7분14초)을 무려 1분22초 앞당기는 가공할 속도전을 펼친 끝에 에티오피아의 테케스테 케베데(29ㆍ2시간7분23초)를 1분31초차로 따돌리고 결승선을 맨 먼저 통과했다. 체루이요트는 이로써 보스턴마라톤 최근 20년 동안 18번째로 우승한 케냐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이봉주와 에티오피아의 데리바 메르가가 2001년과 2009년에 각각 케냐의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었을 뿐이다.
이날 오전 10시. 미국 동부 보스턴에 있는 홉킨턴 마을.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 남자부 출발총성이 울렸다.
초반 레이스는 명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미국의 기대주 라이언 홀(27)이 이끌었다. 10여초 차이로 압데라힘 굼리(33ㆍ모로코)와 디펜딩 챔피언 메르가(29), 2009 뉴욕마라톤 패자 멥 케플레지기(36ㆍ미국) 등 20여명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32㎞지점 심장파열언덕 초입에 이르자 체루이요트가 승부수를 띄웠다. 메르가가 홀로 추격에 나섰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추격자를 멀찌감치 따돌린 채 골인한 체루이요트는 “기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15만 달러와 대회신기록 보너스 2만5,000달러를 챙긴 체루이요트는 “우승상금으로 소를 사서 키우겠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응원세례를 받은 홀은 중반 한때 7,8위권으로 밀려났으나 막판 레이스를 끌어올려 종전 이 대회 미국인 기록을 6초 앞당긴 4위(2시간8분41초)로 골인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에선 테이바 에르케소(에티오피아)가 2시간26분11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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