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기소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메릴린치 등 월가의 다른 금융사들이 주도했던 담보대출 거래들에 대해서도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자에서 SEC가 골드만삭스를 공격한 칼날을 월가 전체로 겨누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를 발판 삼아 투자자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며 이익을 거둔 대형 금융회사들을 과녁에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SEC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SEC가 도이체방크, UBS, 메릴린치 등이 쇠락하는 주택시장 하락세를 역이용, 헤지펀드와 같은 대형고객이 돈을 벌도록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골드만삭스의 다음 주자로 메릴린치 등을 직접 거명했지만 “아직 어떤 거래들이 문제가 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EC가 리먼 브러더스와 버나드 메이도프 사태가 터졌을 때엔 뒷짐 지고 지켜보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공격적으로 월가 전체를 조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취임한 로버트 쿠자미 SEC 조사국장이 의회 연설에서 “거대조직과의 싸움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들며 금융범죄에 대응하는 SEC의 자세가 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WSJ도 “SEC가 골드만삭스에 기소 사실을 미리 통지해주지 않아 아예 변론기회를 봉쇄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 기소 결정 당시 SEC 위원회 위원들이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입장을 결정하는 ‘당파적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 등은 20일 보도에서 “5명의 위원 중 공화당 소속 위원 2명이 기소에 반대했으며 민주당 소속 2명은 찬성했다”며 “결국 정치적 중립인 메리 샤피로 위원장이 기소에 찬성해 최종 결정이 이뤄졋다”고 전했다.
한편, 20일 영국 금융감독청은 "미국에서 제기된 골드만삭스 사기혐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며 "SEC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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