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밤 11시는 착한 토크쇼의 대표 주자인 KBS2 '승승장구'와 독한 토크쇼인 SBS '강심장'이 격돌하는 시간이다. 역사극에서는 흔히 착한 편은 독한 편을 만나 고전하지만 결국 극적인 승리를 얻는다. 지난 13일 '승승장구'의 시청률이 8%대에서 12.2%로 올라서면서 '강심장'을 누른 것도 이와 유사하다고 여기는 시각이 많다. 독한 토크쇼는 정말 막장에 다다른 것일까.
'강심장'은 지난해 10월 첫 방송부터 "심장을 뒤흔들 강한 이야기만이 살아남는다"는 기획 의도를 밝힐 만큼 폭로성 토크쇼를 표방했다. 연예인들이 연애, 갈등, 실제 나이 등 감춰왔던 이야기들을 폭로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2월 '승승장구'가 방송을 시작한 후에도 3월까지 시청률이 16%를 넘나들며 거침 없는 인기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폭로성 토크쇼에 싫증을 내기 시작한 듯 지난 6일 방송은 시청률 11.8%로, 13일에는 10.7%로 뚝 떨어져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착한 토크쇼 '승승장구'에게 내줬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자극적인 토크쇼에 물린 시청자들의 시선이 느림과 솔직함의 미학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이날 '강심장'이 천안함 관련 뉴스 속보로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시작했고, '승승장구'에 초대형 스타 가수인 비가 출연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독한 토크쇼 '강심장'이 나아갈 곳은 많지 않다. 이미 스타들의 연애 이야기나 과거 불우했던 생활에서 눈물로 이어지는 '강심장 공식'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일부 연예인들이 이야기를 부풀리는 등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유인나는 "12년 전 소속사 이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탄발언을 한 뒤 파문이 일자 "확산을 원치 않는다"며 입을 닫았다. 한 시청자는 "진실을 고백한다기보다는 그저 관심을 모으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자극적인 이야기가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심장'을 통해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자 하는 연예인들의 출연 요청과 인기를 만회하려는 제작진의 바람이 맞물려 당분간 독한 토크쇼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강심장'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서지석, 양미라는 '강심장'에 나온 뒤 드라마에 캐스팅됐고, 실제 나이와 키를 공개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는 솔직하다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이런 효과로 최근 들어 연예인들의 출연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폭로는 '강심장'의 색깔"이라며 "더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를 찾겠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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