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처참했다."
19일 오전 7시께 천안함 함미(艦尾) 안으로 들어간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 당시의 참상이 떠올라 할 말을 잃었다.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좁은 통로는 기름 진흙 전선 등으로 뒤덮여 발 디디기조차 힘들었다. 다수의 사망자들이 발견된 기관부 침실과 승조원 식당 등도 상태는 비슷했다. 옷가지 등 누구의 것인지 모를 물건들이 기름과 진흙 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내부는 기름 냄새로 가득 차 숨 쉬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가족들이 실종자 대부분이 침몰 직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 기관조정실은 더욱 참혹했다. 천장과 외벽이 모두 떨어져 나간 모습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강태민(21) 일병 아버지는 "사물함 이름표는 물에 불었는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함미 확인은 실종자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뤄졌다. 해군은 유도탄과 어뢰 등 무기를 내린 뒤 내부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 해군은 안내요원 2명을 붙여 실종자 가족 8명과 사망자 가족 대표 2명의 함미 진입을 허용했다. 가족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아들이나 남편이 어떤 공간에서 근무했는지 살펴보고, 소지품이라도 찾아서 만져보고 싶은 마음에 함미로 들어갔지만 실종자들의 유품은 찾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함수(艦首)에서도 실종자 시신을 찾지 못할 경우 이들을 산화자로 규정할 계획이어서 함수가 인양되면 장례 절차도 급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 대신, 유품으로 장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장례는 해군장으로 5일간 진행되고 장례위원장은 해군참모총장이 맡을 예정이다. 장례 전 '실종자가족협의회'였던 명칭은 '전사자가족협의회'로 변경된다. 가족협의회 장례위원장을 맡은 나재봉(고 나현민 일병 부친)씨는 "해군이었던 아들들에게는 해군장이 최고의 예우"라며 "합동분향소 설치 및 장소 등은 해군의 조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평택=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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