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대듯이
나는 화분에 물을 주면서 귀를 기울인다
의심은 물줄기를 따라 뿌리들의 어두운 층계에 머문다
화분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귓속은 물을 채우기에는 너무 작은 용기이다
죽어가는 나무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저녁은 제 물줄기를 부어 텅 빈 집을
수족관처럼 빈틈없이 채운다
이럴 때 가장 어두운 동굴은
눈 속에 있는가 귓속에 있는가
어떻게 돌고래들은 해안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하고
어떻게 나무는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하는가
어떤 범람이 나무에게서 호흡을 빼앗은 것인가
● 매번 특별한 사연들을 들어서 제가 보낸 계절들을 기억하려는 게 제 오랜 습관이긴 하지만, 이번 봄은 아마도 영영 잊지 못할 것만 같군요. 제 기억에 생일은 늘 부활절이 지나고 벚꽃이 만발했을 무렵이었죠. 달이 저물고 다시 달이 차고, 그 달은 마치 새로 만든 달인 양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따뜻한 밤공기를 뿜어냈었죠. 밤의 동네를 걸어가는 길이 따뜻하고 또 환해서 생일 무렵이면 늘 꿈결 같다고 생각했었죠. 생일이 지나고 눈이 내린 건 내가 태어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으니 이거 멋지군, 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는데. 그냥 그러고 말면 좋겠는데. 요 몇 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네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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