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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마흔다섯에 '순수'를 꿈꾸는 예능 늦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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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마흔다섯에 '순수'를 꿈꾸는 예능 늦둥이

입력
2010.04.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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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끗 웃었다. 그러자 우수에 찼던 눈망울이 금세 해맑은 어린아이의 그것으로 변했다. 슬픈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과 천진함으로 웃음을 주는 예능인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싸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 14일 오후, 경기 고양시 백석동의 한 카페에서 무대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는 김태원(45)을 만났다.

"바쁘다"고 했다. 그리곤 "행복하다"고 했다. 25주년을 맞아 12집을 낸 그룹 '부활'로 활동하랴, 고정멤버와 게스트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랴, 그의 몸은 일주일 내내 쉴 틈이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워낙 '약골'이라 건강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술 끊고 몸도 정신도 맑아졌어요.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맑음입니다. 마치 옛날에 갔던 놀이동산에 다시 온 듯한 기분이랄까." 지난 12일 마흔다섯 번째 생일에 부활 팬 카페 회원들과 가졌던 축하파티 자리에서도 술은 입에도 안 댔단다.

1986년 '부활'로 데뷔하기 전부터 그에게 음악은 인생의 전부였다. 그런 그에게 이제 막 1년 남짓 경험한 예능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살아가는 삶의 한 부분이면서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감동의 한 부분"이라고 운을 뗀 그는 "인생이 한 권의 사진첩이라면, 지난 일년은 굉장히 특이한 한 페이지예요. 내가 즐기던 공간보다 더 즐거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의 삶에 본격적으로 예능이 비집고 들어온 것은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 말로 1년을 맞은 '남자의 자격'에서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은 지난해 6월 7일 방송한 '남자, 그리고 남자의 눈물'편. "심한 어지럼증을 앓고 있어서 '남자의 자격'을 포기하려고 할 때 녹화했어요. 웬만해선 안 우는데 마지막 방송이라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더라구요."

처음 '남자의 자격'을 시작할 땐 서로 이름도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젠 서로 의지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그는 "뭔가 하나씩 단점이 있는 사람들이 치유돼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처음엔 촬영 날이 지옥 같았는데 이제는 친구 만나러 가는 날처럼 기다려진다"고 했다.

"질문이 뭐였죠?"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방송에서 봐왔던 '할마에' 김태원의 모습 그대로였다. 인생과 음악, 방송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얘기할 땐 누구보다도 진지했고, 중간중간 드러나는 어딘가 나사가 풀린 모습과 테이블을 건너 전해지는 인간미는 친근했다. 방송에서 꾸밈없는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다 보니, 그는 예능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녹화장 들어가기 전에 대본을 보기보다 머리도 마음도 비워놓고 들어갑니다. 그냥 마주쳐서 떠오르는 얘기합니다. 예능감에 대한 걱정이요? 그건 두각을 나타내고자 하는 부담감 때문에 생기죠. 내 마음에는 살면서 쌓여 있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어떤 이야기도 쉽게 뽑아낼 수 있어요. 자기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예능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즉흥적일수록 감동을 줄 수 있는 확률이 높다"며 기타리스트로서의 즉흥연주나 버라이어티나 매한가지라고 말한다. "전체 흐름을 읽되 대본은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웃음이 안 나와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죠."

앞으로의 예능 활동 계획에 대해 그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내겠다는 계획은 없다"며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없어질까 봐 계획하고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활'의 히트곡도 예능계에서의 성공도 그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얻었다. "음악이나 예능이나 똑같아요. 히트를 목적으로 한 음악이나 웃기려고 작정한 예능은 유지되지 못합니다. 순수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죠."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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