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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영웅들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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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영웅들을 보내면서

입력
2010.04.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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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잔인했다. 3월엔 9번 눈이 내렸고 그 중 3번이 폭설이었다. 눈ㆍ비뿐 아니라 천둥 번개 돌풍 황사 이상저온이 연이었다. 4월 들어서도 이상기온은 계속 되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 봄꽃이 예년처럼 제때 피지 못하고 움츠렸다. 이상기온으로 농수산물 가격도 폭등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겨 있는데 봄날마저 실종된 듯하다.

인양된 천안함 함미에서 승조원들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천안함 사태는 2막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발생 시각이 몇 차례 번복되면서 밑 모를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각종 음모론이 판쳤다. 군사기밀이 마구 나돌고 언론은 추측기사로 국민의 심사를 흔들었다. 군은 보고체계에 허점을 보였고 위기 대응책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민ㆍ군 합동조사단은 사건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하여 일부 군사기밀을 제외하고는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불신을 가라앉혀야 한다. 이는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내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은 군과 정부를 신뢰하고 결과를 믿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9ㆍ11 테러 때 모든 미국인은 하나로 뭉쳤다. 여야, 출신 민족, 종교, 지역을 막론하고 미국이 처한 미증유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을 필두로 결속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안함 사태는 미국의 9ㆍ11 테러와 비교할 만하다. 슬기로운 우리 국민은 결속된 모습으로 이번 위기를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추호도 숨김없이 조사하여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침몰의 원인과 경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명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까지 찾는 정성을 보여야 한다. 아들을 해군에 보내지 않으려는 국민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상존하는 위험 가운데서도 최대한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사고가 생겼을 때는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 매뉴얼이 구축돼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노출된 보고 지연이나 일사불란하지 못한 대응체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사고가 생길 때마다 원점에서 위기대응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여 개선하는 노력을 한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장병들과 살신성인한 한주호 준위 그리고 98금양호 선원 등 56명에 대해서는 훌쩍 커진 한국의 위상에 맞게 반듯하게 예우하여 국격을 높여야 한다. 이들은 빛도 없이 스러졌지만 우리의 가슴 속엔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나 최초의 우주인 김소연에 못지않은 영웅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9ㆍ11 테러가 일어난 지점에 그라운드제로를 만든 것처럼 천안함 침몰지점에 인공구조물이라도 만들어 '아일랜드 제로'라고 이름 짓고 이번 사건과 영웅들을 영원히 기리는 것은 어떨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피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처럼 56명의 영웅들은 갔다. 그러나 그들의 호국정신은 겨레의 가슴 속에 영원히 피어 있을 것이다. 오래오래 피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무궁화처럼.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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