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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북한은 유력한 용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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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북한은 유력한 용의자다

입력
2010.04.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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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침몰 원인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은 탓이 크지만, 바탕은 북한에 대한 인식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현실이다. 우리 스스로 혼란을 부추기며 함께 오리무중을 헤맸다고 볼만 하다.

그런대로 혼란을 수습할 실마리는 마련됐다. 인양한 천안함 함미의 절단 상태 등을 살핀 합동조사단은 외부폭발 충격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를 테면 강력한 어뢰나 기뢰가 물밑에서 폭발, 배가 두 동강 났다는 것이다. 대충 짐작한 대로다. 이제 할 일은 어뢰나 기뢰를 누가 발사 또는 부설했는지 밝히는 것이다. 모든 자취를 더듬어 범인을 찾는 것이다.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

범죄수사의 기본인 합리적 추리에 충실하자면, 천안함을 공격한 범인이 애초 없는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누구 것이든 해저에 그저 놓여있던 기뢰가 우연히 폭발했을 개연성도 아주 무시할 건 아니다. 그래야 북한 짓이라고 믿지 않으려는 이들도 수사 정당성을 인정할 것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Prime suspect)는 누가 뭐래도 북한이다. 범죄수사 원칙상 그리 지목할 여러 요건을 충족시킨다. 유력 용의자의 요건은 범죄 현장이나 주변에서 목격 됐을 때, DNA 등 범죄 증거가 일치할 때, 뚜렷한 범행 동기와 능력이 있을 때, 유사범죄 전력이 있을 때 등이다. 북한은 범행 동기와 능력, 범죄 전력의 세가지 주요 요건을 갖췄다.

우리 사회의 혼란은 이 당연한 사리를 보수와 진보 모두 외면한 때문이다. 보수 쪽은 지레 북한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정부가 더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나무라며 목청 높였다. 진보 쪽은 거꾸로 보수세력과 정부가 근거 없이 북한을 범인으로 몰면서'북풍'을 꾀한다고 의심했다. 북한은 그럴 만한 범행 동기와 능력조차 없다고 변호하는 이들도 있다.

혼란 속에서 두드러진 것은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다.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매를 맞으면서도 북한을 용의자로 공식 지목하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도 희생 장병을 일일이 호명하고 진상 규명과 단호한 대처를 다짐했을 뿐이다. 강경론은 보수세력에 맡기는 책략일까.

이런 궁금증을 푸는 데는 나라 밖의 객관적 시각이 도움이 된다. 특히 1970년 대부터 북한과 한반도를 관찰, 연구한 영국 리즈 대학의 에이던 포스터카터는 누구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홍콩 아시아타임스(亞洲時報) 기고에서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은폐(cover-up)'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유력한 용의자인 북한관련 의혹을 애써 감추고 국민 관심을 실종자 구조에 돌림으로써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그의 노련한 안목에는 북한은 은밀한 도발을 감행할 동기와 능력을 지녔다. 그 메시지는"우리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해 대청 해전 패배를 보복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의 긴장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급변사태'까지 논하는 대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볼 만하다. G-20 정상회담에 재를 뿌릴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진보의 맹목이 정부 도와

북의 계산된 도발은 정부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겼다. 유례없는 도발에 강경 대응할 경우, 무엇보다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올게 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무디스, 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을 상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낮추는데 주력했다. 또 애초 기대하기 힘든 실종자 생존 가능성을 부풀렸다. 언론도 무심코 힘을 보태 북한 요인은 저절로 흐려졌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정부를 불신하는 진보 쪽이 온갖 근거 없는 주장으로 결국 정부의'은폐'와 위기 관리를 도왔다는 지적이다. 포스터카터는 정부가 안보보다 더 큰 국익을 위해 냉철함을 유지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민족우선' 논리에 맹목적으로 매달린 진보 쪽의 생각이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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