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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50주년/ 기고 - "역사의 눈을 크게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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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50주년/ 기고 - "역사의 눈을 크게 뜨자"

입력
2010.04.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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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항상 현재적이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가야만 만나는 역사는 휴화산처럼 활동이 정지된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50년 전의 4ㆍ19는 과연 어떤 것일까? 세 가지의 긴장과 한 가지 희망의 근거를 제시하겠다.

첫째, 4ㆍ19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집단이 이를 억압한 정부에 대항하면서 촉발된 혁명이다. 자유당 정권의 선거부정에 분노하여 청년학생들이 혁명의 전위 역할을 수행했다.

50년 전의 야만과 폭압정치는 물론 사라졌다. 선거민주주의는 정착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시민은 과연 과거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더 자유롭게 향유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4ㆍ19의 이름으로 경각심을 가질 이유가 있다.

둘째, 한국의 현대사는 1960년 4ㆍ19와 1961년 5ㆍ16의 갈등으로 특징된다. 4ㆍ19는 국민의 기본권 확립에서 시작하여 통일지향적 운동으로 전진했다. 이에 대해 5ㆍ16 군사쿠데타는 반공을 국시로 한 남북대결정치로 민주주의 제도를 붕괴시켰다. 다양한 저항이 60년대부터 70년대, 80년대를 관통하여 계속되었고 4ㆍ19 혁명은 이 모든 운동의 원류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4ㆍ19 50주년을 맞는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근대적 국민국가의 건설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함께 분단과 냉전의 질곡을 넘어야 한다는 4ㆍ19 정신은 전진하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이념대결 양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4ㆍ19와 부딪치는 현실의 또 다른 측면이 여기에 있다.

셋째, 4ㆍ19 혁명은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강고한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획기적인 사건이다. 청년학생을 포함하여 지식인, 언론인, 중산층, 그리고 국민대중이 하나로 뭉쳤다. 이 전통은 1987년의 민주화 운동에서 인상적으로 재현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흔히 말하듯이 ‘집단적 이기주의’가 창궐하고 모든 권력집단은 자신의 이익 방어에 전념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걱정스러운 관찰에도 불구하고 4ㆍ19 혁명은 많은 도덕적 유산을 남겼다. 시위는 평화적이었고 불의에 저항하는 자기희생의 윤리가 실현되었다. 4ㆍ19의 특징은 혁명의 주체가 권력을 떠나 시민사회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제도정치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깨어 있고 시민사회가 튼튼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인식이 투철했다는 것이다. 이 자각은 80년대의 다양한 민중운동으로 이어졌고 근래에는 정보소통 혁명에 힘입어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평화적 촛불시위로 발전했다.

4ㆍ19는 21세기의 우리에게 너무도 현재적이다. 이를 가로막는 구체제의 유습이 아직도 온존하고 있지만 이에 함락당할 수 없는 신선한 발전의 에너지가 4ㆍ19 정신으로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니 역사의 눈을 크게 뜨고 보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중국 칭화대 특임초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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