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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절반의 귀환'/ "시신 찾은 유족들, 8명 가족 보며 또다른 죄인의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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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절반의 귀환'/ "시신 찾은 유족들, 8명 가족 보며 또다른 죄인의 심정"

입력
2010.04.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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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함미(艦尾)가 침몰 23일째인 17일 오후 7시9분께 바지선에 실려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로 귀환했다. 104명의 장병들과 함께 지난달 16일 출항한 지 32일만의 반쪽 복귀다.

18일 2함대에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친인척 300여명이 찾아왔다. 해군이 시신 훼손을 우려해 임시 안치소 출입을 제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조화가 가지런히 놓인 안치소 앞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손수민 하사의 한 친지는 "손 하사 어머니는 계속 울고만 있다"며 "우리는 시신이라도 찾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는 8명의 가족들 마음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함대에서 천안함 함미 상태를 둘러 본 뒤 임시 안치소에 있는 38명의 유족들을 조문했다.

일반인들의 추모 발길도 이어졌지만 함대 출입은 불가능해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참전 유공자라는 김현봉(78)씨는 "큰 슬픔을 겪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어 왔다"며 "장병들의 죽음이 안타까워 잠도 안 온다"고 울먹였다. 해군 부사관 출신이라고 밝힌 남성은 "답답한 마음에 여기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다"며 "후배들이 너무 안쓰럽다"고 가슴을 쳤다.

유족들 중에서는 탈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명 내외였던 탈진 환자는 시신이 수습된 15일 이후 30~40명으로 늘었다.

이제 유족들은 함미에 남은 아들과 남편의 물건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몇몇 가족은 급한 마음에 벌써 함대 내 숙소에 다녀오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애를 태우고 있다. 만약의 경우 유품이라도 찾아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종자 가족들은 함미에 들어가게 되면 실종자들 사물함부터 찾아볼 계획이며 군도 이에 동의했다.

동생 시신을 찾지 못한 이창기 원사 둘째 형 성기(46)씨는 "시신만 찾아도 축하한다는 말을 듣는 세상이 돼 버렸다"며 "뭐 하나라도 장사 치를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정국 가족협의회 대표는 "시신이라도 귀환한 전사자들의 가족은 또 다른 죄인의 심정"이라며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희생자 38명의 시신이 안치된 2함대에는 미귀환 장병 8명의 귀환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다. 유족들의 제안으로 제작한 현수막은 2함대 정문과 가족들 임시숙소, 의무대, 안치소 등 모두 8곳에 설치됐다.

2함대 주변 도로에도 상인연합회 등이 실종 장병들의 귀환을 비는 현수막을 걸었고, 국회 역시 본관에 추모 현수막을 게시할 예정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5동 숭실전산원에 고 이용상 병장 분향소가 차려지는 등 시신이 확인된 장병의 모교에도 분향 장소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한편 2함대는 이날 함미에 남아 있는 유류 4만5,000ℓ를 빼낸 뒤 펌프 14대를 가동해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19일 유도탄 어뢰 탄약 등을 내리면 20일에는 함미를 육상에 거치할 예정이다.

평택=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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