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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4·19에 돌아보는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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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4·19에 돌아보는 이승만

입력
2010.04.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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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헌법학자에게는 4․19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광복 이후 불안정한 여건을 딛고 나라를 세우고 동족상잔 전쟁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간신히 살려낸 이승만 정부가 독재와 부정선거로 붕괴한 사건이다. 이때 분출된 국민의 독재 항거와 민주화 열망은 오늘의 민주법치국가를 이루는데 기여하였다. 한국 정치의 유일한 수출품 헌법재판소가 처음 등장한 것도 4.19에 이은 1960년 개헌 때 '헌법의 수호자'로 제도적으로 도입되면서다.

헌정사적 재평가 필요

태국이나 키르키스스탄, 러시아, 아프리카, 라틴 국가 등에서 아직도 독재 항거 투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먼저 민주화를 달성한 안도감과 우리의 옛 모습을 보는 듯한 착잡한 생각이 교차한다. 이런 4월이지만, 연구자에게는 아직 밝혀야 할 과제가 많다. 그 하나가 과연 이승만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독립과 건국 직후의 혼란스러운 정치 과정에서 이승만의 역할에 대한 그간의 평가는 정치적 헤게모니 투쟁의 성격이 강했다. 또 신념화하는 양상도 보였다. 4․19를 체험한 '4월의 아이들'은 신념으로 저항하였기에 이승만 정부와 이승만은 언제나 안티테제(Anti-these)로서 신념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4월의 아이들'이거나 그 세례를 받은 세대이다. 그러기에 그 안티테제는 당연히 부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4․19의 안티테제가 독재냐 이승만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보면, 이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독립 투쟁과 건국과 6․25를 거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이승만은 헌정사에서 근본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4월의 세례를 받은 아이로서 이를 수용하기는 심정적으로 쉽지 않지만, 헌법학자로서는 사실에 접근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리하여 이승만이 저술한 원래의 사료와 활동에 접근하고 다시 판독하는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승만에 가까이 접근하면 할수록 많은 질문이 생긴다. 가장 쉬운 질문은 '역대 대통령 중에 이승만보다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통령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의 교육의 수준, 동서 학문에 대한 박학함, 지식의 깊이, 역사 의식, 청년기부터의 문제의식, 독실한 실천, 글로벌 리더로서의 수준, 국가 철학, 위기극복의 지도력 등등에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이승만에 대한 연구는 국내적으로만 한정하기 어렵다.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의 건국 과정과 그 과정에서 활동한 국가지도자들과 비교하여 연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에 관한 정보와 지식은 이제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이승만의 위치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4․19의 안티테제가 독재라는 항목에서도, 이승만 이후 대통령들이 독재를 한 점은 없는가 하는 점을 분석,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국가 운영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전횡한 것,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독선과 독단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한 것,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자기 세력끼리 나눠먹기, 부적절한 사면, 권력형 부정과 부패, 권력을 이용한 재산 축적, 반대세력 탄압, 지역주의를 이용한 국민 분열 등등의 항목별로 비교할 필요도 있다.

올바른 역사 교훈 얻어야

이렇게 보면, 대통령마다 기념관을 건립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역사관을 지어 역대 대통령을 항목별로 상세한 비교를 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의 면에서 더 적절하다고 본다.

올해 4월은 이승만의 원본 문서들을 읽어가 본다. 연구자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평가 이전에 이승만의 원 모습을 확인하는 일부터 해보자.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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