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8억 인구의 3할 이상이 중국과 인도에 산다. 두 나라 모두 최근 많은 변화를 이루고 있는데, 경제적 팽창과 첨단 과학기술의 성장이 인상적이다. 제한된 자원을 향한 경쟁의 심화를 두 나라의 근대화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두 나라 국민이 매일 머리를 감기 시작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세제 사용에 따른 수질 오염과 물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하는 듯하다. 이처럼 삶의 질 향상과 경제 발전의 양면성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12억 인구의 인도는 출생부터 사람을 차별하는 카스트 제도와 심각한 빈부 격차 등 근대화의 걸림돌도 많지만, 핵 능력을 보유하고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하는 등 놀라운 성취가 공존하는 나라이다. 미국 IT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실리콘 밸리에서 인도인들이 모두 사라지면 문을 닫는 기업이 줄줄이 나올 거라고 할 정도로, IT 고급인력의 배출국이 된지 오래다.
인도에서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대학인 인도 공대(IIT)는 1950년대 말 이후로 전국에 7개가 있었는데, 최근 15개로 확충되었다. 철저한 소수정예로 15개 대학 전체의 한해 입학생이 8,000명에 불과하다. 수학 물리 화학 세 과목만 치르는 연합 입학시험에 올해 50만 명이 응시했다. 관련 사교육 시장도 엄청나다고 한다. 얼마 전 방문한 수도 델리에는 IIT 입시학원 광고판이 길가에 가득했다. 한국보다 더 한 듯 했다. 공교육 확대는 인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해 보였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IIT 졸업생의 활약은 대단하다. 세계 유수 대학마다 IIT 출신 교수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등 IT 분야에서의 우위가 확연하다. 첸나이에 있는 IIT를 방문했을 때, 이 대학은 전교생에게 8학기 내내 수학과목을 수강하도록 의무화했었다는 말을 들었다. 여러 이유로 6학기로 줄였다가, 지금은 4학기 의무수강으로 정착되었다. 지금 외국에서 활약 중인 IIT 출신 공학자 상당수가 이런 엄청난 수준의 수학 교육을 받았다. 자기 분야에서 적어도 수학적 사고나 지식의 부족이 제한 요소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인도의 큰 국가적 문제로 두뇌유출이 지적되곤 한다. 배출된 최고 두뇌들이 더 낳은 생활 조건을 찾아 외국으로 나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학 분야를 보면, 이 큰 나라에서 나오는 국제학술지 논문이 한국의 70% 정도에 불과하다. 고대부터 수학사에 크게 기여했고, 20세기에도 라마누잔과 같은 불세출의 수학자를 배출했으며, 타타 기초연구소(TIFR)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분야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국가인데, 이런 통계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외국 대학 등에 재직하는 훌륭한 인도 수학자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탓이 크다. 그러나 최근 양상이 변해서 외국의 인도 과학자들이 많이 귀국하고 있다고 한다. IT 붐의 역효과로 기초과학의 상대적 홀대도 지적되지만, 이들은 인도의 다음 단계 성장을 이끌 것이다.
입시 제도의 잦은 변화와 교차지원 관행 때문에 미적분을 모르는 공대생이 출현하고, 대학 수학교육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수준으로 몰리는 게 우리 현실이다.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될 수밖에 없다. 전인교육 중심의 공교육 확대와 더불어, 미래의 성장을 이끌 우수 인재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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