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의 열쇠를 가 될 함미(艦尾)가 인양되면서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사고 원인 조사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해역이라 화약흔이나 파편 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함미 인양 직후 실종자 수색과 함께 정밀조사에 돌입한 합조단은 첫 단계로 과학수사팀을 투입해 절단면 및 선체를 정밀 촬영했다. 조사의 핵심은 원인이 불명확한 폭발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 군과 민간 전문가들은 절단면의 상태가 어뢰나 기뢰 등에 의한 외부폭발 쪽으로 가깝다고 추정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
때문에 합조단은 절단면의 형태와 변형 등 간접증거 분석과 폭발을 일으킨 무기의 파편이나 흔적 등 직접적인 증거 수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증거물 하나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합조단은 사고원인 조사에 극도의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일단 합조단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함체 절단 부분에 남아있을 지 모를 화약 성분이다. 화약으로 만든 무기가 폭발했다면 피폭지점에는 일반적으로 '화약흔'이 남는다. 이를 수거해 분석하면 무기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 무기에 따라 사용하는 화약의 종류가 다른데 성분 분석 결과 우리 군이 사용하는 화약의 종류가 아니라고 판명되면 외부 공격이라는 가정은 사실로 굳어진다.
무기의 파편도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파편을 수거한다면 사용된 무기의 종류와 제원, 제조국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물 속에서 화약흔이나 무기 파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물이 아니고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가 빠른 서해라는 게 문제다. 게다가 사고 해역의 수심은 40m 이상이다.
20일 간 유속이 빠른 바닷물 속에 잠겨 있어 함체 절단면이나 희생 장병들의 의복 등에 화약흔이 남아있을지 불투명하다. 나트륨을 함유한 해수가 그나마 있던 흔적마저 변형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기뢰탐지선과 잠수부 등을 동원해 사고해역 해저를 수색하고 있는 군 역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화약흔은 시간이 지날수록 채취할 확률이 떨어지고, 바닷물 속이라 남아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며 "어뢰나 기뢰가 사용됐다고 해도 어둡고 유속이 빠른 심해에서 그 작은 파편을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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