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16일 천안함 실종자 시신 수습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사고 원인 조사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사고 원인 규명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희생자 애도 묵념으로 시작한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장병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가 영원히 기억해야 하며,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사고 원인이 외부 공격으로 드러나면 순직 장병들을 전사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억장이 무너지고 온 국민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명을 달리한 장병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애도했다. 민주당은 희생자 영결식이 열릴 때까지 중앙당 차원의 대규모 정치 행사를 자제하기로 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애도의 뜻을 표시했으나 진상조사 방법 등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여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특위는 차선이고 국회 국방위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미묘하다. 한나라당은 외부 충격, 특히 어뢰 가능성이 커지자 북한 개입 여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원음방송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정부의 음모 운운하면서 북한 개입 부분을 아예 차단했던 점은 명백한 이적행위로, 이에 대해 정세균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 개입설'에 대해서 "예단해선 안 된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정세균 대표는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해서는 예단을 삼가야 한다"며 "정부와 군이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히 밝혀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만일 북한 개입 사실이 드러난다면 강력한 보복과 무력 응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4ㆍ19혁명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저는 이 참혹한 사태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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