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제물을 내 줄 겁니다. 숙제는 꼭 해오셔야 합니다. 조만간 봄 소풍을 갑니다."
16일 오전 10시30분 울산시청 구관 2층에 마련된 '울산글로벌센터'. 학교 교실처럼 꾸며진 이 센터 강의실에 중국인 아줌마들이 촘촘히 앉아 나이가 더 어려 보이는 한국인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저마다 자판기 커피가 한잔씩 올려져 있었다.
울산시가 한국문화에 익숙지 않은 지역 결혼 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개설했다. 자녀들이 배우고 있는 한국 교육시스템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모두 32명이 참석한 이날은 교과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첫 수업이다.
시는 지역 다문화가정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센터에서 7월 15일까지 3개월간 매주 2차례(수, 금) 2시간씩 이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교과 운영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를 활용하되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한국의 초등학교 시스템 전반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 과제물 해오기, 학교도서관 및 지역도서관 이용방법, 소풍체험 등 초등학교 과정의 다양한 현장실습도 실시할 계획이다.
강사는 초등학교 교사 경험자가 맡고, 현장실습과 학교생활 및 교외 생활에 대한 상담을 위해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한국 학부모를 보조교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주여성의 멘토인 셈이다.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류빙(37)씨는 "한국에 와서 가장 답답하고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아이들 교육문제"라며 "다행히 이런 과정이 생겨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결혼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교육시스템을 이해하고 자녀 교육에도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시는 거주 외국인 1만5,000명 시대를 맞아 이들에 대한 체계적 행정지원을 위해 지난달 11일 시 청사에 휴게실과 회의실, 강의실 등을 갖춘 '울산글로벌센터'를 열었다. 여기에는 전문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상담창구와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한국적응 프로그램 등 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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