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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 중간조사 결과/ 더욱 희박해지는 내부폭발·암초충돌·피로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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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 중간조사 결과/ 더욱 희박해지는 내부폭발·암초충돌·피로파괴

입력
2010.04.1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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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폭발 아니다/ 절단면 아래 부분이 위로 휘어지고 탄약고 멀쩡

민군합동조사단은 16일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제기됐던 내부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합조단이 내부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결정적인 이유는 함미(艦尾)의 선체 내부가 온전히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윤덕용 단장은 “함미의 탄약고 연료탱크 디젤엔진실에 손상이 없었고, 가스터빈실의 화재 흔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 폭발했다면 절단면에서 가까운 연료탱크가 폭발하든, 손상되든 영향을 받았어야 하지만 육안상으론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게 합조단의 설명이다. 76㎜ 함포 밑에 위치한 탄약고도 멀쩡했다. 폭발력이 큰 탄약고가 터졌다면 함포가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다든지 배 후미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야 정상이지만 문제가 없었다. 배를 산산조각 낼 수 있는 폭뢰도 원래 위치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전선 피복 상태 역시 양호했다.

내부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은 7일 생존자의 진술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감지됐다. 탄약을 담당했던 오성탁 상사는 “만약 화약이 터졌다면 배에 불이 나고 냄새가 진동했겠지만 당시 화약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절단면의 찢겨진 형태도 내부 폭발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 힘을 실어 줬다. 합조단은 15일 함미 부분에 대한 조사에서 절단면 이외의 선체 외부에는 구멍이 나지 않았고, 절단면 전체가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내부에 폭발이 일어나면 배에 구멍이 나면서 화염이 빠져 나가야 하는데 그런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절단면 상부 갑판이 위로 휘어진 모습이 14일 함미 이동 과정에서 포착된 데 이어 배 밑바닥 철판 역시 위쪽으로 휘어진 사실이 인양 과정에서 확인됐다. 상부 갑판이 위쪽으로 휘어진 모습만으로는 사고 원인을 내부 폭발과 외부 충격으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함미 아랫부분까지 위로 솟구친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부 폭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함미 윗부분과 아래 부분이 모두 위로 솟구친 형태는 함미 아래에서 강력한 충격을 받아야지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만약 함내에서 폭발이 있었다면 충격파 때문에 절단면 아래 부분은 위쪽이 아니라 밑으로 휘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함미 갑판 위에 있던 연돌(굴뚝)이 사라지자 연돌 밑에 있던 가스터빈실이 폭발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터빈실 바닥도 위쪽으로 솟아 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졌다.

■암초 충돌 아니다/ 침몰 수역에 장애물 없고 바닥 긁힌 흔적도 없어

천안함 침몰 사고 초기 암초 충돌이 사고 원인으로 강력히 제기됐던 적이 있다. 군이 사고 시각 전후 북한의 특이 동향이 없었다고 발표한 데다 천안함이 통상적 작전구역을 벗어나 백령도 연안 1.8㎞ 수역까지 근접 항해하다 침몰했기 때문이다. 수심이 15m 안팎에 불과한 이 해역을 천안함 같은 대형 초계함이 이동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암초 충돌설은 그럴싸한 사고 원인으로 주목 받았다.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천안함 스크루가 걸려 방향을 못 잡다 결국 암초와 충돌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민군합동조사단은 16일 암초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윤덕용 단장은 "해도와 해저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침몰 수역에 (암초 같은) 해저 장애물이 없고 배 밑바닥에 찢긴 흔적이 없어 좌초에 의한 선체 절단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침몰을 유도할 만한 자연 장애물도 없었고 암초와 부딪힌 흔적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함미(艦尾) 인양 과정에서 공개된 배 밑바닥은 특별한 파손 흔적 없이 비교적 깨끗했다. 강력한 충격으로 여기저기 날카롭게 찢긴 절단면과 비교하면 파괴 흔적이 거의 없는 배 밑바닥 모습은 더욱 도드라졌다. 스크루가 부착된 뒷부분에서도 별다른 손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천안함이 암초와 충돌했다면 배 후미 밑바닥에 붙어있는 스크루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중간중간 길게 찢기고 긁히게 되지만 기본적인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게 합조단의 주장이다. 군 관계자는 "스크루 날개 부분이 일부 접히거나 구부러지기도 했지만 이는 함미가 침몰할 때 해저 바닥에 부딪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생존 장병들도 암초 충돌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암초에 부딪칠 경우 '꽝'하는 폭발음이 나지 않고 '찌지직'하는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데 사고 당시 그런 소릴 못 들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첨단 레이더를 갖춘 대형 초계함이 자연 지형물을 파악하지 못해 침몰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함미 우현 절단면 부근에서 발견된 긁힌 상처가 암초와 충돌했을 때 생기는 흔적과 유사하다며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거대한 암초에 함수(艦首) 부분이 먼저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에 함수를 인양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 같다.

■피로 파괴 아니다/ 절단면 매끄러워야 하는데 너덜너덜하게 찢겨져

선체가 낡아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는 피로 파괴 주장도 결국 설로 끝났다.

천안함이 누수로 인해 수리가 잦았다는 실종자 가족의 주장이 이어지면서 피로 파괴설은 초기에 제법 설득력 있게 퍼져 나갔다. 피로 파괴가 사고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국방부의 관리 소홀이 직접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가능성은 적다고 해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천안함이 1차 연평해전 때 참전했다 후미가 피격돼 정비를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 천안함이 과무장을 했다는 말도 있다.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윤덕용 단장은 16일 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윤 단장은 "피로 파괴의 경우 선체 외벽을 이루는 철판이 단순한 형태로 절단돼야 하지만 조사 결과 선체 외벽의 절단면이 크게 변형돼 있고, 손상 형태가 매우 복잡해 피로 파괴에 의한 절단 가능성은 매우 제한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14일 함미 이동 과정에서 절단면 일부가 카메라에 잡힐 때부터 피로 파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피로 파괴라면 절단면이 매끄럽게 나타나야 하지만 갑판 쪽 절단부는 너덜너덜하게 찢겨진 모습이었다. 두 동강이 날 정도로 배가 노후했다면 배 전체 표면에서 균열 상태가 나타날 법도 한데 그런 흔적도 없었다. 16일 인양 과정에서 갈기갈기 솟구친 절단면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자 전문가들은 "피로 파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합조단은 피로 파괴 가능성을 사고원인에서 배제하는 과정에서 선박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피로 파괴란 선체 용접 부위에 장기간 미세한 균열이 누적되며 갑자기 선체가 갈라지거나 파괴되는 현상이다. 이는 대부분 철심을 이용해 철판과 철판을 이어 붙이는 릴식 용접에서 발생하는데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이 방식으로 건조된 선박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70년대 이후부터는 철판 두 개가 전혀 새로운 하나의 철판이 되는 방식의 CO₂용접을 해왔기 때문에 용접 부위에 미세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천안함은 일반 상선보다 훨씬 튼튼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데다 89년에 건조됐기 때문에 피로 파괴 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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