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를 조사 중인 민군합동조사단은 16일 사고 원인을 외부 폭발로 좁혔다. 물론 최종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함수(艦首)를 인양하고 잔해물을 수거한 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선체를 두 동강 낸 충격의 방향을 외부로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제는 좀더 구체적으로 공격 무기가 기뢰인지 어뢰인지, 공격 방식이 직접 타격인지 버블제트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뢰 공격 가능성 낮아
윤덕용 조사단장이 15일 인양 직후 육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밝힌 천안함 함미(艦尾)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절단면 부분을 보면 함선의 좌측에서 큰 힘이 작용해 선체를 포함한 철판들이 안쪽으로 휘어 있고, 선체의 우측에 파손이 생겨 열려 있는데 그래서 마치 우측에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천안함 하단 좌측에서 뭔가 강하게 때렸고, 충격을 받은 좌측보다 반대편인 우측이 더 많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기뢰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거의 배제되는 모습이다. 기뢰는 기본적으로 배 전체를 파손하는 무기다. 배가 산산조각이 나기도 한다. 자체 추진을 위해 스크루를 달아야 하는 어뢰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정조준이 어렵지만 탄두 무게를 늘릴 수 있어 표적에 가하는 충격의 강도와 면적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함은 절단면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멀쩡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기뢰가 공격한 경우와 차이가 크다. 충격파가 절단면을 중심으로 국부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기뢰가 공격했다면 배 전체의 파손이 심하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며 "절단면 아닌 선체가 대체로 말끔한 것을 보면 공격 무기는 결국 어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어뢰와 같은 특성의 개량형 기뢰를 개발하거나 도입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추론일 뿐이다.
직접 타격 여지 남아
어뢰가 선체를 직접 타격했을 경우 강판은 자연히 안쪽으로 휜다. 하지만 이외에 뭔가 흔적이 남아야 한다. 이현엽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맞은 부위가 움푹 들어가거나 파공(구멍)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파손 정도도 맞은 곳이 다른 곳에 비해 더 심해야 하는데 맞지 않은 우현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직접 타격으로는 천안함 규모의 선체가 그렇게 절단 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론도 있다. 피격 부위보다는 그 반대편의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직접 타격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사람이 배에 총격을 당했을 때 배와 등 중에 어느 부위가 더 많이 훼손되는지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함미 절단면의 C자 형태가 직접 타격 시 생긴 흔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버블제트로도 비대칭 절단 가능
직접 타격이 아니라 수중에서 폭발했을 경우 선체와의 거리와 방향에 따라 파손 부위가 다르게 나타난다. 버블제트(bubble jet)는 물 속에서 어뢰가 폭발해 가스 거품이 엄청난 압력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배를 위아래로 잡아당겨 배를 반파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보다 약간 가까운 거리에서 어뢰가 폭발할 때 생기는 위핑(whipping) 현상도 여기에 포함된다. 보통 물 아래 수직 방향에서 충격파가 발생하기 때문에 파손된 양쪽의 모습이 대칭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천안함 함미는 사선으로 잘려 좌현 36m, 우현 30m로 비대칭 형태다. 따라서 "함미 절단면이 비대칭인 것을 보면 버블제트 효과에 의한 폭발은 아닌 것 같다"(장창두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주장도 있다.
물론 충격파가 물 아래 수직이 아니라 옆쪽에서 발생해도 선체 절단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버블제트가 반드시 선체 중앙 아랫부분에서 시작될 필요는 없다"며 "수중 폭발이 배 아래 측면에서 생겨 힘이 비대칭적으로 작용하면 절단면이 그렇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엽 교수는 "절단면이 비대칭이라고는 하지만 사선의 각도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버블제트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모습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윤 단장은 이날 발표에서 "전문가들이 판단한 바로는 접촉도 가능하지만 접촉하지 않고 선체 근처에서 폭발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며 여지를 뒀다.
함수나 파편과 맞춰 봐야
천안함의 일부인 함미만으로 사고 원인을 단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어뢰의 공격이라면 파편을 찾아 어떤 어뢰인지를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함수를 인양해 절단면을 서로 비교하고 배 밑바닥을 조사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천훌蹈?동급의 초계함인 충주함장을 지낸 정용현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뢰 확률이 높다고 해서 결과를 하나로 단정짓고 조사를 시작했다가는 나중에 다른 증거가 나왔을 때 뒤집을 수 없어 공신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함미 절단면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백점기 교수)는 얘기다.
어뢰의 공격이라면 운반 수단의 문제가 남는다. 잠수함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건너왔다는 얘기인데 군 당국은 사고 이후 이런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조단이 기존 계획대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선에서 활동을 마무리한다면 오히려 더 큰 의혹이 남을 수밖에 없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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