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첫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책 <워렌 버핏의 완벽투자기법(the warren buffet way)> 의 저자 로버트 해그스트롬은 이렇게 말했다.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만으로 부를 축적한 유일한 사람이다." 워렌>
실제로 올해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전문 투자자로서 50위 안에 든 사람은 버핏(3위)과 조지 소로스(35위)뿐이다. 나머지 '슈퍼리치'들은 자수성가형이든 가업승계형이든, 대부분 기업가들이다. 그렇다면 버핏은 어떻게 했길래 주식투자로 세계 최대 부자가 되었을까?
가치와 성장의 조화
버핏이 자신의 투자법에 대해 설명한 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5% 피셔, 85% 그레이엄'의 법칙이다.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원칙을 정립한 전설적 투자자들. 즉 성장투자 15%, 가치투자 85%의 포트폴리오로 지금의 버핏이 됐다는 얘기다.
그레이엄은 재무제표와 청산가치를 중시했다. 망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말아야 하기 때문. 1929년 뉴욕 증시 폭락 때 큰 손해를 봤던 그레이엄은 순자산가치와 주가수익률 등 재무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해 저가매입 대상을 정했다. 투자 종목도 다양하게 분산하는 쪽을 선호했다.
반면 피셔는 재무상태보다 성장성을 중시했다. 그는 기업을 판단할 때 무엇보다 '경영'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고, "누가 다른 이들이 미처 깨닫고 있지 못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가"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확신이 들면 해당기업 지분을 대거 사들여 장기 보유했다. 그는 1950년대에 매입했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모토로라 주식을 각각 1980년대와 2000년대까지 갖고 있었을 정도다.
버핏은 그레이엄의 수제자였으나, 실제 자신의 투자회사를 설립한 후에는 피셔쪽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버핏은 주식을 살 때 경영자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설령 청산가치(자산가치)가 높아도 성장성이 불투명한 기업은 멀리했다. 또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을 선호했다. 버핏이 언제나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 지배적 기업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규모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해온 것 역시 '피셔 스타일'이다. 버핏은 1989년 질레트 주식 9,600여만주를 매수해 계속 보유해오다 2005년 P&G가 인수할 때 팔아 무려 43억달러의 차익을 챙겼다.
기업 경영을 장악하라
그는 통 큰 스타일이다. 투자를 할 때는 아예 그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인수하는 편이다.
만약 할 수만 있다는 버핏은 아예 기업을 통째로 인수했다. 그리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기업가치를 높였다. 100% 인수가 어려운 대형 기업에 투자할 때도, 가급적 대규모 지분을 매입한 뒤 이사회에 직접 진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적대적 M&A위협에 놓인 기업에 대해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되, 노회한 협상력으로 반드시 대가를 챙기는 것 역시 그의 능력이다. 버핏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위기에 몰렸던 골드만삭스에 영구우선주를 매입하는 형태로 무려 5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그는 챙긴 프리미엄은 엄청난 것이었다. 버핏은 우선주에 대해 10% 배당금을 보장 받았을 뿐 아니라, 5년 동안 주당 115달러에 보통주를 총 50억달러 규모까지 살 수 있는 권리까지 얻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없었다면
버핏이 이 같은 투자 철학을 실현하면서 부를 축적한 핵심도구는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버크셔는 여러 보험사와 재보험사까지 거느린 일종의 보험지주사. 만약 신문에 "버핏이 A사 주식을 샀다"라는 기사가 나온다면, 사실은 버크셔의 자회사인 어느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활용해 투자했다는 얘기다. 즉, 자기 돈 없이 남이 맡긴 돈으로 대규모 레버리지 투자효과를 일으킨 셈. 이런 방법으로 버크셔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연평균 20%씩 증가했다.
사실 이런 투자법은 개인투자자들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버핏은 단순히 재무제표를 열심히 분석하고, 가치 있는 주식을 저가에 사서 장기 보유하다가 진짜 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방식만으로 세계적 부자가 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정보와 전문성을 가진 기관투자가(버크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부 주식전문가들이 "개인은 버핏처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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