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른트 브루너 지음ㆍ김보경 옮김/ 생각의나무 발행ㆍ316쪽ㆍ1만5,000원
인류와 가장 유사한 동물로는 유인원이 꼽힌다. 그러나 인류가 오랫동안 동족의식을 느꼈던 동물은 곰이었다. 곰을 의인화한 신화는 우리의 단군신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넓게 퍼져있다.
미국 남부의 체로키족은 자신들과 곰의 조상이 같다고 확신했는데 선조 중에 인간으로 힘겹게 살기보다 태평스런 곰으로 탈바꿈한 이도 있다고 믿었다. 반대로 오대호 연안의 오지브와족은 곰을 인간의 자손으로 여겨 신성시했다. 아름다운 요정이 곰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큰곰자리와 관련된 그리스 신화도 있다.
인간과 곰은 이처럼 오랫동안 친밀했지만 곰만큼 오해를 많이 받은 동물도 드물다. "가장 탐욕적이고 호색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곰의 모든 행동에는 나약하고 미개한 무식한 기질이 드러나 있다" 같은 악평에서부터 "잔꾀나 교활함이 없는 솔직하고 대범한 성격이다" "매우 영리하고 성격이 순한 동물"이라는 극찬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곰과 인간의 역사> 는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곰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곰이 어떻게 의인화됐는지, 곰의 생태는 인간에게 어떻게 이해됐는지, 곰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은 어떤 실험을 했는지, 인간은 왜 그렇게 곰사냥에 집착했는지, 예술작품에서 곰은 어떻게 묘사됐는지, 곰을 끔찍이 사랑한 이들은 누구였는지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이다. 곰과>
관심과 공포, 애정과 증오 등 대조적인 감정으로 뒤얽힌 인간과 곰의 관계사를 따라 읽다보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시선도 의식하게 된다.
지은이는 수족관의 역사를 다룬 <집 앞의 바다> , 달에 관한 문명비평서인 <달의 역사> 등 문화사와 과학사를 넘나들며 왕성한 집필을 하고 있는 독일의 저술가. 곰과 관련된 100여 점의 다양한 일러스트도 볼거리다. 달의> 집>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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