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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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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입력
2010.04.1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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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현실로 다가왔다. 직장에서 오십을 넘겨 생존하기도 버거운 현실에서 소수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소득 생활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대 앞에 놓여있는 암울한 현실이다. 대부분은 노후대책이 국민연금 정도인 불안한 중년들이다. 귀농을 준비하거나 봉사의 삶을 선택하는 적극적 모험가들이 주변에서 더러 화제가 될 정도이다.

일본 경제침체의 주요 원인이 이른바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라고 한다. 미국의 주택경기 속락의 한 원인도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라고 한다. 미래학자 로버트 샤피로(Robert Shapiro)는 최근 화제가 된 책 <2020 퓨처캐스트>에서 급속한 중ㆍ고령 세대의 은퇴는 역사적으로 불평등의 심화와 사회적 불안정을 촉진했다고 지적한다. 안정적 소득원의 상실은 나아가 가계의 소비력을 위축시키고 가족의 위기를 촉진한다.

사회 역동성 상실 우려

우리 사회의 베이비 붐 세대는 이미 위기 속의 인생을 꾸준히 거쳐 왔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직장에서 밀려난 이가 갑자기 늘어났고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에는 그나마 부여잡은 자영업에서도 시들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의 경제적 지위는 왜소해졌고, 공식적으로 가장 지위에서 퇴장할 위기가 다가왔다.

베이비 붐 세대의 집단 퇴장은 결국 개인, 가족, 경제, 사회의 위기를 의미한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급격한 혼란에 처할 수 있다.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것이 한국 현대사의 집단경험이지만, 이는 내부 구성원들이 사회 제도 안에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었다. 이제 구성의 질적 변화가 도래한다면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좌절하는 한국 사회의 무기력 증상이 올 수 있다.

나라 전체적으로는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에 기인하는 고령화 및 인구 감소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런 구조적 문제 외에, 또는 그런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살펴야 할 것이 눈앞에 다가온 역동성의 상실이다.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층 문제와 더불어 원기 왕성했던 베이비 붐 세대의 퇴장은 우리 사회의 역동적 발전 추세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다각적인 대응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선 이 세대의 노동시장 퇴장을 늦추는 것이다. 최근의 정년연장 논의는 이런 점에서 시의 적절하다고 본다. 그런데 개별 기업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다. 청년 인력을 흡수할 여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정년 연장을 실제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업의 정년 연장이 아니라도 사회적 역할 연장 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취약 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목적과 함께 핵심 인력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퇴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후 돕는 ‘새마을 운동’을

다음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 많은 베이비 붐 세대가 농업에서 제2의 소득원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지만 농촌에서 간결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은 도시 은퇴자의 수요는 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기본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선 도시 물가보다 농촌 물가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집단 이주를 돕기 위해 도시형 보금자리 주택에 버금가는 농촌형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고 집단 영농과 봉사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베이비 붐 세대는 단지 양적으로 인구가 많았다는 것 외에 질적으로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처럼 집단적 지혜와 의지가 강한 세대는 쉽게 찾기 어렵다고 본다. 이들이 줄어든 소득으로도 사회와 농촌에서 보람 있는 역할을 하면서 늙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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