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의 대한조선 인수 추진에 좀처럼 진전이 없다. 최대 걸림돌은 역시 '자금'이다. 9,000억원에 육박하는 대한조선 부채의 처리 방향을 놓고 채권단과 STX가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STX는 지난달 17일 STX가 대한조선 인수를 위한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뒤 한달 가까이 개별협상을 벌여왔지만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채권단은 대한조선 부채의 일부를 우선 상환한 뒤 출자전환의 폭과 시기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STX는 100%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STX는 지난달 16일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향후 3년간 채무상환을 유예할 것과 함께 채권단이 부채를 100% 출자전환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현금을 주고 대한조선을 인수하지는 않겠다"(STX 한 관계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가 일반적인 거래 관행까지 무시해가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매물이 탐나니까 입찰에 응해놓고 국내 유일한 인수전 참여 기업임을 내세워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대한조선을 삼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동종업계의 한 임원은 "최악의 시황 속에서 생산인력과 시설이 남아도는데도 대한조선 인수전에 나선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협소한 진해조선소 상황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대우건설 인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유동성 문제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STX가 대한조선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대한조선이 해남조선소에 케이프사이즈 이상의 초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형 도크를 포함해 총 222만㎡(67만5,000평)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잔량이 260여척에 달하는 STX로서는 100㎡(30만평)에 불과한 진해조선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중국 다롄조선에선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는 대형선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STX가 대한조선을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논란이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만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지만, STX유럽 인수와 다롄기지 건설에 2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업황의 침체로 별다른 실적이 없다. STX유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60억원 안팎에 크루즈선 수주잔량도 9척에 불과하다. 다롄기지는 지난해 실적조차 공표하지 못했다.
주력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주사인 ㈜STX는 계열사에 대한 투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순손실 등으로 2008년 말 4,605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9월 7,256억원으로 늘어 135%였던 부채비율이 단숨에 210%로 증가했다. STX조선해양도 2007년 390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9월엔 9,482억원으로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563.7%로 치솟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TX에게 대한조선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 시점에선 '손 안대고 코 풀면 좋다'는 식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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