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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클린선거' 원년으로] (4·끝) 뽑는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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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클린선거' 원년으로] (4·끝) 뽑는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입력
2010.04.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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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ㆍ31 지방선거 때 전남 신안군수에 출마한 A씨는 농어촌 지역 유권자일수록 돈 선거에 익숙하다고 털어났다. A씨는 "13개 섬을 담당하는 운동원들이 활동비를 주지 않으면 사무실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않았다"며 "유권자들이 모두 돈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도시에 비해 10배 이상 선거비가 들었다"고 덧붙였다.

A씨가 말한 것이 바로 한국 지방선거의 본모습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돈을 내놓거나 밥을 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멀쩡하던 사람까지 선거 때만 되면 완전히 하이에나가 된다. 이런 모습에 질린 상당수 유권자들은 아예 투표장으로 가질 않는다.

유권자들은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5ㆍ31 지방선거 때 영남 지역에 출마해 패했던 한 후보는 "정책 위주의 선거를 하고 싶어서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정책 내용만 홍보하고 상대 후보를 헐뜯는 언급은 절대 하지 않았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초반 여론 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던 이 후보는 선거에선 결국 4위에 그쳐 탈락했다. 유권자들이 정책 같은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유권자들은 대개 당만 보고 투표한다. 광주시의 지역 정치인은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저 지역에 기반한 당의 공천자에게만 표를 찍는 경우가 대다수다"며 "뽑아 놓고 나중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권자의 이 같은 타락과 무지는 지방 행정의 붕괴로 이어졌다. 돈 받고,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찍어 줘 당선된 불량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나중에 각종 비리, 불법 선거운동 등으로 무더기 처벌을 받으면서 행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보궐선거를 치르느라 들어간 돈도 엄청나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사회적 성숙과 더불어 유권자들에게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무더기 처벌되는 사태를 보면서 '유권자가 제대로 뽑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당진환경운동연합 등 충남 지역 20개 시민사회단체는 13일 2010 충남유권자희망연대를 발족하고 유권자들의 힘으로 지방자치를 회복하자고 선언했다. 이들은 지역별로 유권자 조직과 연계해 각 정당의 부적격 후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공천자에겐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등도 광주시교육감 선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지난달 28일부터 벌이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첫째와 셋째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광주역과 버스터미널 등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단체장 선거에 묻혀 버린 시교육감과 시교육위원 선거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 중이다.

대구사회복지유권자연맹도 지난달 30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복지 분야 7대 과제를 발표하고 시장 구청장 군수 지방의원 예비후보에게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전남 장흥군에서는 이장과 부녀회장 등 주민이 나서 선거범죄 0, 투표율 100% 달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포시 옥암지구에 사는 최성욱(45)씨는 "이제까지 수건 돌리거나 당이 그럴싸한 사람에게만 투표했는데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책과 사람됨을 평가해 표로 만든 뒤 선거장에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 직접 후보 검증·불법선거 고발… "어제의 유권자가 아니다"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규모 시민단체의 유권자 운동도 활발하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좋은 후보 책임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직접 여성 권리 신장에 적합한 후보들을 공모해 면접을 본 뒤 옥석을 가리는 검증 절차를 밟은 것이다. 광역ㆍ기초의원 출마예정자 80여명이 연맹 관계자와 외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서류 검토, 여성 관련 공약 의정계획서 심사, 구술 토론 등을 거쳤으며 최종적으로 20명이 추려졌다. 연맹 관계자는 "여기서 뽑힌 후보들을 각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 추천했다"며 "더 이상의 개입은 선거법상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활동만으로도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은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을 위해 자체 장애인교통봉사단을 운영키로 했다. 지역별 동사무소 등과 연계, 투표소까지 안내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정해오 이사는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권이 방치되고 있어 이를 지키기 위해 투표소 이동용 차량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 운동을 가장 큰 규모로 펼치고 있는 곳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다. 정의사회운동전국시민연합 흥사단 YMCA 등 1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공선협은 지난달 공명선거운동 발대식을 갖고, 불법ㆍ부정 선거를 시민들이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제보 전화(02_747_9898)를 개통했다. 박문용 집행위원장은 "각당 정책위의장을 불러 매니페스토 정책토론회를 갖고, 선거구별로 150개 단체에서 교육받은 시민감시요원 2명씩을 배치하는 등 철저한 부정 선거 감시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바른선거시민모임전국연합은 유권자 투표 참여 운동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들은 조만간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로부터 투표 참여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여년간 공직 생활을 했던 권오운 대표는 "선거는 짧지만 권력은 길다"며 "유권자가 각성하고 바뀌어야 선거 풍토가 바뀐다. 투표하지 않고 나중에 불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는 각종 선거 정보의 보고이다.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5월13일부터 이들의 재산 병역 납세 전과 등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또 선거 홍보 사이트(http://epol.nec.go.kr)에서도 각종 선거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 개그우먼 박지선 "지방선거 투표법, 참 쉽죠잉"

“1인 8표를 행사하는 6ㆍ2 지방선거 복잡하다고요. 어려울 것 전혀 없습니다. 신분증만 가지고 투표장에 가서 진짜 지역을 위하는 후보 성명 옆에 도장만 ‘쾅’ 찍으면 됩니다. 참 쉽죠잉.”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명 선거 홍보대사인 개그우먼 박지선(27)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개그를 응용한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고 다닌다. 방송 녹화 때를 제외하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심이다. 특히 20, 30대 젊은 층이 타겟이다. “비싼 대학등록금에 높은 청년실업률까지 청년들의 정치ㆍ사회 참여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투표율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까. 권리 행사는 이래서 필요한 거죠.”

박지선은 탤런트 최수종 하희라 부부와 함께 이번 선거 홍보대사로 2월25일 위촉됐다. 이달 14일에는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박지선 포스터를 서울 여의도동 일대에 붙이기도 했다. 그는 “홍보대사라는 게 반듯한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 하는 거라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선거는 박지선 같은 사람도 하는, 어려운 게 아니란 것을 알리고 싶어 수락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홍보대사 박씨의 역할은 이번 선거가 시도지사 시도의원 시도교육감 등 8명을 한꺼번에 뽑아 복잡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참 쉽죠잉’이라는 자신의 개그로 설파해 많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자칫 선거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개그맨이 사회 문제를 해학적으로 거부감 없이 접근하듯 투표율 향상도 해학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박지선에게 선거란 어떤 의미일까. “가만 보면 삶 자체가 투표의 연속이에요. 동호회 대표를 뽑을 때도 투표를 하고, 개그 아이디어를 짤 때도 간단한 거수라도 하거든요. 선거는 자신만의 소중한 의사 표현을 하는 방법이죠. 그러니 절대 포기해선 안 됩니다. 우리 모두 6월2일은 투표하러 가는 날입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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