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 둘이 모처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같은 경찰제복을 입고 심지어 계급(경위)도 같다. 평생을 경찰관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셋째 딸의 경찰간부후보생 졸업식을 앞두고 역시 경찰관인 첫째 딸과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전남 화순군 도곡파출소장 문준선(56) 경위의 셋째 장원(26)씨는 14일 58기 경찰간부후보 과정을 졸업하고 경위가 됐다. 첫째 선영(30)씨는 간부후보 55기로 현재 경기 광명서 민원실장(경위)으로 일하고 있다. 장원씨의 졸업으로 '세 부녀 경위'가 탄생한 셈이다. 선영씨는 남편(31)도 55기 동기라 문씨 가족은 사위까지 합치면 경위만 4명이다.
경찰이 인기직업으로 부상한 지 꽤 됐지만 각기 다른 꿈을 품었던 딸들이 제복을 입게 된 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장원씨는 "교사가 되기 위해 전남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는데, 경찰이라는 자부심으로 늘 당당하신 아버지를 뵈며 진로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52대 1의 경쟁을 뚫고 후보생으로 선발됐다.
아버지 문 경위는 1982년 순경이 된 후 쭉 경찰공무원으로 지내왔다. 그는 "그간 가족에게 소홀하기도 했을 텐데 딸들이 긍정적으로 봐줘서 (경찰로서) 대를 이은 게 기쁘다"며 웃었다. 자신은 10년이나 걸려 단 경위 계급장을 1년 만에 척척 단 딸들을 보면 멋쩍기도 하겠지만 그는 "딸들이 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성실하게 본분을 지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아버지는 4년 뒤면 정년이라 경감 진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편 이날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열린 58기 경찰간부후보생 졸업식에선 57명의 신임경위가 탄생했다. 1947년 생긴 경찰간부후보생 제도를 통해 올해까지 4,064명의 경찰관이 배출됐고, 여성은 2000년부터 선발해 올해까지 59명이 졸업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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