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문화유산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합니다."
백제의 고도 부여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재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한국전통문화학교 배기동(사진) 총장은 13일 학교 창립 10주년을 맞는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졸업생 500여명이 박물관, 연구소, 문화재 관련 기업, 공직 등에 진출했습니다. 이들이 각 분야에서 중견 전문가로 성장하는 5년이나 10년쯤 후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관리 수준도 괄목할 만큼 발전돼 있을 것입니다."
배 총장은 전통문화학교가 문화재 보존관리 기술의 전승과 학문화를 한데 묶은데다, 학부 과정부터 가르친다는 점에서 선진적이라고 밝혔다. "유럽, 일본 등의 경우 대학원 과정에서 문화재 전문인력을 양성하지만 우리는 학부 과정부터 가르치므로 훨씬 앞서갈 수 있습니다."
배 총장은 그러나 이들 인력이 전문가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사회통념상 석ㆍ박사 학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통문화학교 내에 석ㆍ박사과정을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통문화의 기예를 익히는 것은 학위가 없어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학문화는 석ㆍ박사 과정이 있어야만 합니다."
이와 함께 배 총장은 현재 문화재관리학과, 전통조경학과 등 6개 학과로 나눠져 있는 학과 시스템을 파괴해 여러 분야를 융합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요즘 문화재 환수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에 관한 전문가가 없습니다. 국제적인 문화유산 동향과 관련 국제법, 외국의 관련법 등을 두루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세계문화유산학과' 같은 융합 과를 만들어 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또 문화재를 원형에 가깝게 복제해 낼 수 있는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탈리아 프레스코 벽화전에 온 것은 진품이 아니라 복제품입니다. 문화재를 복제해 '2차적인 문화유산'을 만들어내는 일도 문화유산 보존에 중요합니다. 깊은 산사에 있는 탱화를 복제해 외국에 갖고 나가 알릴 수도 있고, 산불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
전통문화학교는 19일 교내에서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 프랑스 루브르학교 등 각국의 교류협력 대학 인사들을 초청해 창립 10주년 기념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것을 비롯, 다양한 기념행사를 갖는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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