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강하게 주문하고 미국 정부도 화답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양국의 공감대는 2007년 4월 타결 이후 3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비준동력을 잃는 것은 물론 우호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조야 분위기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이런 공감대가 조만간 실천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불씨를 키워가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엊그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단순히 경제협정의 문제가 아니며 오바마 행정부의 신아시아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미 FTA는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첫 번째 투자국이자 통상국인 중국의 FTA 러브 콜을 받고 있고 한ㆍEU FTA의 비준도 앞두고 있는데 이것이 먼저 이뤄지면 한ㆍ미 FTA의 의미와 효과는 반감된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양국 FTA 비준을 가로막는 보호무역주의 기류를 겨냥, "그것은 미국의 영원한 경쟁력인 글로벌 리더십을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혹자는 이 대통령이 국내서 아직 논란을 빚는 한ㆍ미 FTA를 밀어붙이고, 의사타진 단계인 한ㆍ중 FTA를 거론한 것을 문제삼지만 크게 탓할 바 못 된다. '이익의 균형'원칙이 지켜진다면, 지금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 최근 위안화 절상요구나 한국의 배기가스 규제 항의 등에서 나타나는 미국 내 보호주의 기류를 견제하며 자유무역주의가 글로벌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역설한 것도 적절했다.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 대통령을 만나"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미 행정부는 한미 FTA를 진전시킬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다른 국가들이 무역협정을 맺는 동안 미국이 물러나 있으면 일자리 창출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비준을 요청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이끈 오바마의 리더십을 재차 기대하며 우리 국회도 적극성을 보일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