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머리통 만한 돌들이 널린 길 복판에 한 소년이 돌처럼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주변 풍경이 배제된 앵글 안에서 웅크린 소년은 뭔가에 저항하거나 궁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그것이 뭔지, 저 순간이 얼마나 급박한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풍경의 다급함과 돌처럼 견고한 아이의 자세만으로도 보는 이들은 저릿저릿해진다. 13일 파키스탄 북서부 변경지역 '하리푸르'라는 곳의 풍경이다.
북서부 변경이라면 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이다. 분쟁 지역의 국경은 어디나 인종 정치 문화 종교 등이 난맥처럼 얽혀있기 마련이고, 분쟁이 격화할수록 국경이 불안할수록 더 정도는 대체로 심각하다. 파키스탄 정부가 저 지역의 명칭을 바꾸려는 데 항의해 주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여왔고, 목숨을 잃은 이도 여럿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리고 저 돌은 시위대가 길을 차단하기 위해 던져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결연한 결별과 나는 난데 너는 왜 너냐는 포악스러운 포옹 사이에서, 어른들의 그 오래된 쳇바퀴 놀이에 지쳐, 심심해진 아이는 차라리 돌이 되고 싶어진 것인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하리푸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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