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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조정센터 개원1년 소송문화가 바뀐다/ 소송 말고 조정 "우리 윈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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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조정센터 개원1년 소송문화가 바뀐다/ 소송 말고 조정 "우리 윈윈 합시다"

입력
2010.04.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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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2007년 병원에서 수술 도중 식물인간이 됐다. B병원은 A씨측에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치료비를 납부하고 퇴원하라고 요구했으나 A씨 측은 생존하는 동안에는 치료를 계속해 달라며 거절했다. 병원은 서울법원조정센터에 조정신청을 했고, 조정센터의 중재 속에 B병원은 A씨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5,000만원의 채무를, A씨 측은 병원비 4,200만원의 채무를 인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 2006년 제빵사 C씨는 거금을 들여 D씨에게서 제빵기기를 구입했다. 하지만 제빵설비에 들어갔다 나온 빵은 불량모양이 되기 일쑤였고, 기계 고장도 잦았다. C씨는 D씨를 상대로 대금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D씨도 C씨가 예정된 것과 용량이 다른 빵을 만들었고, 기계오작동의 책임도 없다며 C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년 반 동안 법원에서 지루한 공방을 벌이던 양측은 지난해 조정센터에 가서야 합의를 볼 수 있었다. C씨는 D씨에게 구매한 제빵설비를 반환하고, D씨는 C씨에게 다른 종류의 설비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소송문화의 폐해를 줄이고 합의와 양보로 분쟁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4월 13일 출범한 서울법원조정센터가 지난 1년 동안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센터에 따르면, 당사자 신청사건과 법원이 조정센터로 회부한 사건을 포함한 전체 조정사건 접수건수는 조정센터가 문을 연 지난해 4월 87건에서 올해 3월에는 357건으로 대폭 늘었다. 조정성공률은 평균 50.2%로 일반 지방법원의 조정성공률 평균(21.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황덕남 위원은 "조정은 서로간의 의사만 합치되면 성립되는 것이 포인트"라며 "일반 법원에서의 조정은 지나간 일을 밝혀야 하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조정센터의 조정은 현재와 미래의 기회비용을 따져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려 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조정센터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조정위원의 전문성과 더불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과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조정센터에는 대법관 출신의 박준서 센터장을 비롯해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상임 조정위원 8명이 포진해 있다. 사건 처리 수수료인 인지대는 일반 소송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고, 결과를 도출하는 시간은 일반 소송에 비해 최대 수 년을 앞당길 수 있다.

이런 긍정적 요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지난 1년간 조정센터에서는 '임진강 참사' 유족들이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30억원대 손해배상을 이끌어 낸 것을 비롯해, 고양이냄새로 인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일단 조정센터의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상임위원 8명이 조정실 5개를 나눠 써야 한다. 황 위원은 "조정 당사자가 1대1이면 괜찮지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한화와 산업은행의 첫 조정 심리 때는 당사자가 많아 관련자들이 다 못 들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정위원의 확충도 필요하다. 법원은 최근 조정과 양보, 화해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사건들은 조기에 조정센터에 회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정센터는 이런 방침에 따라 지난달에 비해 이달 들어 법원에서 회부된 조정사건이 2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정센터는 자체적으로 사건의 빠른 해결을 위해 접수 후 한 달 내 조정 기일을 잡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위원들은 조정 사건이 늘고 있는 만큼 조정실과 더불어 전문위원도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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