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태국 선관위의 집권 민주당 해산 결정과 군부 실세의 의회 해산 필요성 언급은 10일 최악의 유혈 사태 이후 시간이 갈수록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와중에 터져 나왔다. 물론 선관위의 결정이 이번 유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부금 유용 건에서 비롯됐다지만 정국에 미칠 영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친(親) 아피싯 총리 세력으로 알려진 군부에서도 시위대를 두둔하는 언급을 해 시위 진압 실패 이후 군부까지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기 총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고, 아피싯 총리의 사임설 현실화 여부도 주목된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아피싯 총리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아피싯 총리가 사임과 조기 의회 해산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정부군 작전이 오히려 유혈 사태를 촉발, 현 정부의 입지가 심각하게 손상됐고 오히려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게 된 결과다.
아피싯 총리의 민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 사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엿보인다. AP통신은 연립정부 내 다른 정당들이 향후 6개월 내 의회 해산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UDDㆍ일명 레드셔츠)와 타협하도록 아피싯 총리를 설득하고 있다는, 미확인 현지 보도를 전했다. 태국 정부는 그 동안 즉각적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하고 올해 말께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현지 방콕 포스트는 일부 연립 정당 지도자들이 12일 오전 모임을 갖고 아피싯 총리에게 두 달 안에 의회를 해산하도록 제안하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시위대의 요구에 꽤 근접한 것이다. 이 신문은 민주당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연립 정당들이 정부를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아피싯 총리가 태국 신년 축제인 송끌란(13~15일) 연휴 이후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피싯 총리가 유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조기 총선을 발표하는 동시에 시위대에 대해서도 시위 중단을 압박한다는 그림이다.
다만 아직까지 아피싯 총리의 즉각적 사퇴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정부와 여당 내의 주된 분위기라는 관측이 많다. 아피싯 총리는 12일 TV 연설을 통해 테러리스트를 유혈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선량한 국민들과 테러리스트들을 구분한 뒤에야 다음 할 일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현지 한국인 1명 파편 맞아 부상
한편 이번 시위 과정에서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성 이모(39)씨가 시위대 부근에 있다가 어깨에 납조각 파편을 맞아 병원에서 5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1일 방콕시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여행자제 지역으로 상향조정한바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