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유혈 사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과거 태국 정국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푸미폰 아둔야뎃(83) 국왕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1946년 즉위 이래 태국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태국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준 이정표였다. 73년 민주화 사태 당시 시민들의 편에서 타놈 군사정권을 실각시켰고, 92년 군사 쿠데타 때는 수친다 장군을 질책해 망명길에 오르게 했다. 재임 기간 동안 총 19번 쿠데타와 16번의 헌법 개정 속에서 20여명의 총리 선출을 추인하는 권위를 통해 정국을 안정시켰다.
지금도 반정부 시위대가 국왕의 한 마디를 갈구할 만큼 ‘살아있는 부처’로서 국왕의 권위는 여전하다.
하지만 국왕은 이번 사태에 오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표면적인 변수는 국왕의 건강이다. 고령인 그는 지난해 9월 고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장기 치료를 받고 있다. 사실상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2006년 9월 탁신 총리를 축출한 군부 쿠데타 이후 국왕의 권위도 예전 같지 않다. 국왕은 당시 쿠데타를 추인하며 반탁신 세력의 손을 들어줬는데, 탁신 지지 세력은 2007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국왕의 결정을 무색하게 했다. 지금도 탁신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 구성돼 있다. 즉위 이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쏟아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국왕으로서는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
후계 문제 역시 국왕을 힘들게 한다. 국왕의 1남3녀 중 외아들인 바지랄롱콘 왕세자는 부패 혐의에 연루되는 등 국왕과 같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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